<월스트리트저널>독일 실업主犯은 '조기퇴직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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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최근 독일에서는 왜 실업이 계속 늘어나고 있을까.아마 그 이유 가운데 하나는 독일의 납세자들이 알게 모르게 지난 3년간 대기업 사업장에서 수십만명분에 해당하는 일자리를 없애는데 동조해왔기 때문일 것이다.현재 독일에서는 실업문제가 만성적인 골칫거리로 떠오르게 된 직접적인 원인을「국민조기퇴직제」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이 제도는 독일정부가 80년대 고용창출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도입한 것으로 당시 독일기업들이 회사의 장기복무자들을 새로운 노동인력으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국가의 재정적 지원을 얻도록 보장해 주고 있었다.
그러나 다수의 독일기업들은 한푼이라도 인건비를 줄여 회사의 경쟁력을 유지하려는 속셈으로「조기퇴직제」의 허점을 교묘하게 이용해왔다.
다시말해 기업들은 이 제도를 새로운 인력을 충원하지 않으면서일방적으로 많은 수의 장기근무자들을 내쫓는 수단으로만 악용해온셈이다.이런 방법을 통해 독일기업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높은 고임금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해왔다.결과 적으로 이러한 현상은 독일정부의 재정적 부담만 해마다 눈덩이처럼 부풀게 한 주원인으로 작용했다.
통계에 따르면 독일에서 조기퇴직에 따른 총발생비용 가운데 무려 90% 이상이 국가의 실업보조금과 연금보험으로 충당되고 있다. 즉 직접적인 원인제공자인 기업측이 부담하는 몫은 채 10%도 되지 않는 셈이다.이러한 결과로 미루어 보건대 독일의 실업률은 머지않아 총노동인구의 10%선인 4백만명선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독일에선 젊은층의 실업이 문제가 되고 있는 유럽의이웃나라들과 달리 전체 실업자의 20%를 55세 이상의 노령인구가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색다르다.
독일연방 노동부는 한명의 실업자로 인해 국가가 부담해야 되는비용을 약 15만달러로 추산하고 있는데 이전에 고용주가 한명을감원하는데 부담했던 비용 1만2천달러와 좋은 대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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