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뽕 보통사람까지 노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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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유명 의류대리점 종업원 李모(26.여)씨는 고교졸업후 착실하게 직장생활을 해온 평범한 젊은이다.
그러던 그녀가 지난해 10월 돌연 히로뽕 사건으로 검찰에 구속됐다. 그녀를 잘 아는 친구와 가게 동료들은 『그럴리가 없다』며 믿으려 하지 않았다.
李씨가 히로뽕의 유혹에 빠진 것은 지난해 8월.친구들과 어울려 노래방에 갔다가 우연히 만나 사귀게 된 청년의 권유가 그녀를 수렁으로 끌어넣었다.
히로뽕 밀매조직원이었던 그 청년은 검찰에 붙잡혔고 李씨는 단골고객중 한사람으로 함께 검거됐다.
이처럼 히로뽕은 일반인들에게도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지난해 부산지역에서 적발된 히로뽕 사범은 7백28명.94년의3백86명에서 2배 수준으로 늘었다.
이 숫자는 전국 2천7백67명의 26.3%에 이르는 것이다.
히로뽕 1의 소매값은 대략 3백33만원.금 1g 1만1천3백원(3.75 한돈 4만2천5백원,6일 도매시세 기준)에 비해 2백94배나 된다.
종전에는 윤락가.폭력세계에서 주로 이용했지만 이제는 직장인.
주부.선원.택시기사.기업인등 보통 이웃사람으로 확산됐다.부산에서 히로뽕은 일부 유흥업소나 퇴폐이발소.여관.노래방 종업원등을통해 쉽게 구할 수 있다.단골손님으로 드나들면서 주인이나 고참종업원들과 얼굴을 익힌 뒤 은밀히 부탁하면 밀매자들을 연결해 준다. 또 밀매자들은 주변 인물들을 무료투약으로 중독시킨뒤 그주변 사람들을 「단골손님」으로 확장해 가는 수법을 쓰고 있다.
부산지검 임성기(林成基)검사는 『부산에서 히로뽕 상습투약자는2만~3만명,히로뽕 밀매조직은 2천여명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林검사는 또 『부산에서 히로뽕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평범한 마약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한다.성적쾌락.두려움과 수치심해소.심리적 안정등 히로뽕을 찾는 이유도 가지각색.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어려워 투약자들은 월급은 물론 얼마되지않는 재산까지 다 날리는 경우도 많다.
돈이 떨어지면 일터로 돌아가고 돈이 생기면 히로뽕부터 찾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부산=정용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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