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로비 등 교묘한 유착, PD비리 근절이 조사 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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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이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사 PD와 연예기획사의 유착 관계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에 착수하면서 방송가가 급랭 정국을 맞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문무일 부장검사)는 대형 연예기획사 P사와 관계사 D사가 방송사 PD 40여명을 상대로 주식 및 현금 로비를 벌인 단서를 포착하고 P사 및 D사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하는 한편으로 PD들의 조사도 계획하고 있다.

수사 대상에 오른 PD에는 각 방송사의 국장급 등 책임프로듀서들이 10여명 포함돼 있고, 주요 현직 예능 프로그램 연출자도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방송가가 긴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검찰의 이번 PD 비리 수사 대상에 오른 PD에는 MBC 소속 PD가 가장 많고 KBS가 그 다음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동안 좀처럼 근절되지 않은 PD와 연예기획사의 유착 관계가 점점 교묘한 양상을 띄며 발전해가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기도 하다.

과거 PD 비리 사건들이 현금 등 금품에 국한된 반면, 이번 사건은 주식 제공 또는 저가 매수 기회 제공 등으로 엄청난 시세 차익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한 의혹이 포착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PD 비리의 근절을 수사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은 대검찰청에서 장기간에 걸친 내사를 거쳐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로 넘겼고 수사 인력을 대폭 늘리기까지 했다. PD와 연예기획사의 유착 관계를 확실히 끊겠다는 검찰의 확고한 의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이번 사건은 최근 급격히 대두되는 연예계 위기에 대해서도 의미가 크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많은 연예기획사 및 드라마 제작사들이 우회 상장 등을 통해 코스닥에 상장한 이후 양질의 콘텐트 생산 등으로 회사의 실질적인 가치를 높이기보다 주가 부풀리기에만 몰두한 점이 연예계 위기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상장기업으로 변신한 이들 기업들은 영화-드라마 제작 실적 만들기에 급급한 나머지 주연급 스타들의 출연료를 폭등시키는 등 영화-드라마의 전반적인 제작비를 늘려 놓았다. 또 수준 이하의 작품들을 시장에 풀어 놓음에 따라 한국 영화 시장과 드라마 제작 시장을 냉각시킨 원흉이라는 지적이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방송가는 뒤숭숭하기만 하다. 조만간 PD들의 줄소환이 예고되고 있어 제작 일선 PD들도 어수선한 분위기다. 수사 대상으로 거론 중인 것으로 알려진 한 PD는 "나 자신은 떳떳하다. 그러나 나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대부분 의심을 받는 PD들이 나와 비슷할 것이다. 수사에 대한 소문만 분분할 뿐 구체적인 이야기가 들려오지 않아 답답하다. 차라리 빨리 소환 조사라도 받고 싶다"고 말했다.[J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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