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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화성열차 도심 운행 ‘빨간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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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경기도 수원의 화성(華城). 조선시대 정조가 천도를 꿈꾸며 3년에 걸친 공사 끝에 만든 도시다. 당시 30세이던 정약용이 설계하고 공사를 마무리했다. 성벽 둘레는 5.7㎞. 성문·누각·수문 등 다양한 시설물이 배치됐고, 화기에 대한 공격에 대처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당대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으로 축성된 성곽 중 하나로 꼽힌다.

1997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고, 이후 국내외 관광객이 꾸준히 방문하고 있다. 2002년 6월 수원시와 화성사업소는 관광객을 위해 무궤도 열차인 ‘화성 열차’(사진) 두 대를 도입해 운행에 들어갔다. 객차 3량으로 구성된 배기량 3000㏄의 54인승이다. 성곽 일부 구간인 팔달산∼화서문∼장안공원∼장안문∼화홍문∼연무대 3.2㎞ 코스를 다닌다. 운행 시간은 30분 정도다.

화성 열차는 도입 첫해부터 큰 인기를 끌며 화성의 명물로 떠올랐다. 첫해 6개월 동안 5만 명이, 다음 해에는 9만5000명이 이용했다. 2005년에는 15만 명, 2007년 16만2000명, 올해는 20만 명 이상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원시는 급증하는 이용객을 흡수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열차 한 대를 더 도입했다. 올 들어 화성 열차의 운행 코스를 연장하고 열차 두 대를 추가 도입하기로 했다. 성곽을 완전히 한 바퀴 돌고 외지 관광객의 편의를 위해 수원역까지 경유하기 위해서다. 운행 거리가 6.4㎞로 종전의 두 배로 늘어난다.

화성사업소 시설관리팀 황종하 담당은 “주말이나 휴일이면 열차 탑승권이 매진되기 일쑤여서 관광객이 불편을 겪고 있다”며 “운행 노선을 연장하고 수원역까지 경유할 경우 연간 12만 명 정도가 더 이용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열차의 연장 운행을 놓고 걸림돌에 부닥쳤다. 열차가 연장 운행하기 위해서는 성곽 바깥 도심 도로를 운행하거나 횡단해야 한다. 수원역까지 경유할 경우 1.5㎞ 정도는 일반 도로를 다녀야 한다.

수원시는 국토해양부와 문화체육관광부에 유권해석을 요청했으나 ‘불가능하다’는 대답만 들었다. 현행법상 화성 열차는 자동차관리법과 도로교통법이 적용되는 ‘자동차’가 아니다. 관광진흥법에 따라 유원지 내를 운행하는 ‘유기기구’에 해당한다. 따라서 자동차보험에 들지 못해 도로를 운행하다 사고가 날 경우 피해 보상 등의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경찰은 도로 횡단 운행에 따른 안전상의 문제로 난색을 보이고 있다.

수원시와 화성사업소는 열차 추가 도입을 일단 보류했다. 전용 도로를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예산이 많이 들어 포기했다. 황종하 담당은 “국토해양부에 무궤도 화성 열차를 자동차로 인정해 주도록 관련 법규를 바꿔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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