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原電주변 주민을 이해시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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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남의 말은 하기 쉽다.이해관계가 없으므로 명분있는 논리만 펴면 된다.그린벨트문제가 좋은 예다.그린벨트내에 땅을 갖지 않거나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은 대부분 그린벨트 절대보존론자다.그렇지만 그 안에 땅을 갖고 있는 사람은 다르다.정부 가 보상도 해주지 않고 개발만 못하게 하니 좋아할 리 없다.그들은 녹지가필요하면 정부가 사들여 보존하라고 한다.그러나 이들의 주장에 귀기울이는 사람은 적다.아니 오히려 『내 뒷마당에는 안된다』는님비(NIMBY)로 치부돼 비난받기 일쑤다.
지금 한창 시끄러운 영광원전 5,6호기 건설문제도 비슷한 것같다.발단은 영광군수의 원전 건축허가 취소에서 비롯됐으나 공공목적과 님비의 이해상충,한전의 배상및 설득부족이 보다 근본원인이다. 우리나라의 전력수요 증가추세를 볼때 발전소는 계속 지어야 한다.관계당국은 이중 일정 비율을 원전으로 충당해야 한다고한다.이 주장은 상당히 공감을 얻고 있다.석탄.석유.LNG.원자력발전은 각각 장단점이 있다.석탄은 공해가,석유나 LNG는 연료확보의 불안정성이 문제다.석유와 LNG가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중동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원전은 폐기물처리,방사능유출등 약점을 안고 있다.그러나 저렴한 발전단가와 연료공급의 안정성이란 이점이 있다.원전은 사고가났다하면 치명적이다.원자로의 수명이 끝나면 반영구적으로 그곳은사람이 근접할 수 없는 불모지가 된다.그런데도 정부와 한전은 94년 현재 26.5%인 원전의 비중을 2010년까지 33.1%로 끌어올리려 한다.가격과 연료의 안정적 공급을 중시한 탓이다. 여기서 한전이나 관계당국이 잊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그것은 자신의 집뜰에 원전이 들어서도 원전건설을 계속 지지할 것이냐는 점이다.솔직히 말해 자기집 근처에 원전이나 혐오시설이 들어서는데 기분 좋을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대의명 분과 충분한 배상,부단한 설득때문에 할 수 없이 받아들인다고 해야 할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영광군수의 행동은 문제를 풀기보다 더욱 꼬이게 만들었다.영광군수는 한전이나 중앙정부를 설득,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야 할 위치에 있다.그런데도 그는 중앙부처에서 아직 협의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원전의 건축허 가를내줬다가 반발이 거세자 이를 취소,문제를 복잡하게 했다.
영광원전 5,6호기는 온배수(溫排水)방류에 대한 환경영향대책미비 때문에 과기처로부터 아직 부지 사전승인 허가를 받지 못했다.원전은 발전에 쓰인 고온의 수증기를 냉각시키는데 쓰인 다량의 온배수를 바다로 내보낸다.1백만㎾급 원전 2 기를 가동시킬경우 하루 1천만의 온배수가 방류된다.지난해 10월과 11월의팔당댐 하루 평균 방류량은 약 1천4백70만이었다.
이같은 다량의 온배수는 주변 바닷물의 온도를 높여 김양식등 어장에 피해를 준다.한전도 온배수로 인해 수온이 섭씨 1도이상올라가는 지역까지 피해를 인정,3백20억원의 보상을 해줬다.또장학사업등 주변지역에 대한 배려도 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 범위를 놓고 주민과 한전은 상당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수온상승을 막기 위한 방파제 건설등 대책을 놓고도 의견차가 크다.이런 상황에서 이뤄진 영광군수의 돌출행위는 행정의공신력을 크게 실추시켰다.뿐만 아니라 영광군은 이 제 어떤 결정을 내려도 어느 한쪽으로부터 격렬한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한전은 일본 후쿠이(福井)현 쓰루가(敦賀)와 미하마(美浜)시에 어떻게 일본 전체 원전의 3분의1(15기.1천2백만㎾)이건설될 수 있었는지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을 필요가 있을것같다.충분한 보상과 설득,정보의 공개,절반에 가까운 인력의 현지 채용등 부단한 노력의 결과다.이제 국책사업과 명분만으로 밀어붙이는 시대는 지났다.
李錫九 전국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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