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李相宰.李鎭三씨의 공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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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5대 총선의 신한국당(가칭)2백32개 지역구 공천확정자가 먼저 발표됐다.대부분 집권여당의 깃발을 앞세우고 나갈만한 인물들이라는 느낌을 주지만 몇몇 군데는 전혀 신한국당의 공천기준과는 어울리지 않는 인사가 눈에 띈다.신한국당은 과 거의 민자당과 사뭇 다른 면모를 보여주겠다며 이름까지 바꿔 새출발한 정당이다.당의 고위간부들이 기회있을 때마다 이번 총선에서 새인물로정치판을 개혁하겠다고 강조해 왔다.그러나 발표된 공천자 명단을보면 이같은 주장이 모두 구두선(口 頭禪)이 아니었나 의심스러울 정도다.
현역의원 물갈이 폭이 작다거나 참신한 새인물을 많이 영입하지못했다는 것이 아니다.전혀 신한국당이 공천할 명분을 찾기 힘든후보가 「당선 가능성」이란 이유를 내세워 섞여있다는 것이다.
공주(公州)의 공천자로 발표된 이상재(李相宰)씨는 보안부대 준위출신으로 5공태동기 신군부아래서 활약이 컸던 사람이다.계엄령하의 보도검열업무를 통제했고,언론인의 무더기 해직에도 깊숙이간여한 것으로 조사됐다.또 신군부집권을 위한 내 란과정인 언론통폐합 당시 보안사밀실에서 언론사대표들로부터 강압적으로 포기각서를 받아내는 것을 지휘한 장본인이다.
부여(扶餘)의 이진삼(李鎭三)씨는 정보사령관시절 민간인테러사건을 지휘한 혐의로 구속돼 유죄가 확정됐던 사람이다.신군부의 「언론말살정책」에 앞장섰거나 테러에 관련돼 김영삼(金泳三)대통령정부 출범후 처벌받은 인사가 문민정부 집권당의 공천자라는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설득력이 약하다.
당선 가능성 앞에서는 명분도,가치기준도 맥을 못추는 현실정치의 어두운 면을 이번 공천에서 새삼 확인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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