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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에 가미된 음악·노래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처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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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전혀 공포스럽지 않은 연쇄 살인 사건에서 마이 스케어리 걸의 재미는 증폭된다.

 영화 ‘달콤,살벌한 연인’을 뮤지컬로 바꾼 ‘마이 스케어리 걸’(My Scary Girl). 출연진 6명에 불과한 작은 창작 뮤지컬이지만 현재 한국 뮤지컬계의 촉각이 쏠려 있는 작품이다. 창작과 제작 과정이 모두 새로운 시도이기 때문이다.

대본과 작사를 맡은 강경애(34)씨는 뉴욕대(NYU) 뮤지컬극작과를 나와 뉴욕에서 주로 활동 중인, 이른바 해외파다. 작곡은 강씨의 동문인 윌 애런슨(27)이 맡았다. 1990년대 중반 홍상수로 대표되는 해외 유학파의 입성과 함께 충무로에 새 바람이 일었던 풍경을 문뜩 떠올리게 만든다.

‘마이 스케어리 걸’이 첫선을 보인 5일 대구 봉산문화회관은 서울에서 내려온 수십 명의 기자와 평론가, 투자자들로 북적댔다. 이 작품에 대한 공연계의 관심을 입증했다.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다. 무엇보다 스토리에 전혀 무리 없이 스며든 음악과 노래에 높은 평점을 주었다. 이는 기존 한국 창작 뮤지컬이 좀처럼 도달하지 못한 지점이다. 실컷 무대에서 연기를 하다 갑자기 자리를 잡고 목청을 가다듬는 일부 창작 뮤지컬의 어설픈 구성에 눈이 한껏 높아진 관객들은 코웃음을 치곤 했다. “노래와 연극을 대충 짜깁기하면 뮤지컬인가”라는 비아냥이 쏟아지곤 했다.

‘마이 스케어리 걸’은 모든 게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감정 표현도, 사건 전개도 노래와 하나가 됐다. 뮤지컬평론가 원종원씨는 “기본기 탄탄해 발전 가능성이 더 높을 듯싶다”고 말했다.

제작 방식도 치밀한 편이다. 이 작품은 본래 영어 버전으로 올 2월 완성된 후 한국어 작업이 덧붙여져 이번에 대구에서 처음 무대화됐다. 이후 뉴욕으로 진출, 베링턴스테이지컴퍼니라는 비영리 단체의 후원 속에 3주간 공연될 예정이다. 브로드웨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향후 미국 진출의 가능성을 타진하게 된다. 국내외를 넘나들며 작품을 다듬고 하나씩 업그레이드되는 과정을 밟아가는 셈이다.

대구뮤지컬페스티벌의 창작 지원작으로 선정됐다는 점도 눈에 띤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이한 대구뮤지컬페스티벌은 이번 ‘마이 스케어리 걸’을 통해 나름 페스티벌의 정체성을 갖게 됐다. 대구에서 트라이아웃(try-out· 본 공연에 앞서 지방에서 시험 무대를 갖는 것)을 거친 뒤 서울로 입성한다는 ‘공식’을 세우게 됐다.

배성혁 페스티벌 집행위원은 “대구를 창작 뮤지컬의 요람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구=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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