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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금융전문회사 세금으로 구제-日여론악화 국민저항 움직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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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일본 최대야당 신진당이 1일 난생 처음 가두투쟁에 나섰다.가두투쟁은 공산당이나 가끔 했을 정도로 일본 정치판에서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신주쿠(新宿)역광장에서는 신진당 거물정치인들이나서 『주택금융전문회사(住專) 불량채권 처리에 왜 국민세금을 투입하는가』라고 정부를 성토했다.
신진당은 국회 예산심의 거부등 주전 문제에 관한한 연일 강경투쟁이다.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내각은 이로 인해 출범 직후부터 뒤뚱거려 국회 조기해산이 점쳐지는 형세다.
거품경제 붕괴와 함께 전체 자산잔고 13조엔 가운데 9조5천억엔(71조2천5백억원)의 불량채권을 끌어안게 된 것이 주전문제다.이렇게 망가진 주전에 일본 농림계 금융기관이 5조5천억엔을 대출해 주었고,문제의 핵심은 원금회수가 막막해 진 농림계 금융기관을 위해 정부와 연립여당이 1조3천억엔(9조7천5백억원)의 예산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데 있다.국민 한사람당 추가 부담 세액은 1만1천엔(8만2천5백원).
『일본 금융시스템 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하시모토총리)『해결을 서두르지 않으면 예금자도 보호 못하고 경기회복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게 된다.국제적으로 일본 금융의 신용도무너져 내린다』(구보 와타루 대장상)….
정부여당의 방어논리는 그러나 국민을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우선 왜 농림계금융기관만 구제해 주느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농촌에 뿌리를 둔 자민당의 「표밭관리용」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농림계 금융기관들도 할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90년 부동산 가격 폭락이 시작될 때 불량채권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대장성이 부동산융자총량규제를 실시하면서 농림계 금융기관은 대상에서 제외했다.89년 3월말 1조9천억엔이었던 농림계 금융기관의 주전에 대한 대출금이 91년 3월에는 4조9천억엔으로 급증한 것은 이 때문이라는 것.
또 93년 대장성이 『주전의 재건은 주전에 출자한 시중은행과신탁은행이 책임진다』는 각서를 써준 것도 불씨가 되고 있다.농림계 금융기관들이 『우리는 대장성을 믿었다』며 반발한 것이다.
『책임있는 정치』를 내걸고 총리가 된 하시모토 총리도 주전문제에서는 책임소재를 가리는데 소극적이다.그 자신 91년 대장상을 역임,책임소재에서 그다지 자유스럽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전문제는 재정자금을 투입하지 않고는 조기해결이 어렵다는 점을 일본 금융전문가들도 인정하고 있다.문제는 세금 부담주체인 국민을 설득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우선 일본 금융.보험업 종사자의 임금이 다른 직종에 비해 월등히 높아 『왜 일반 국민들이 잘 사는 은행원들을 위해 세금을바쳐야 하는가』하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지바(千葉)현에서는1만1천엔의 세금을 낼수 없다는 조세저항 움직 임까지 나타나기시작했다.
또 주전이 대장성과 은행간부들의 피난처였던 점도 국민감정을 악화시키고 있다.대장성은 지금까지 13명의 퇴직관료를 낙하산 인사로 내려 보냈으며 이중 12명이 주전의 회장.사장 등 고위직을 역임했다.
정부에 고분고분하던 일본 국민들도 이번만큼은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언론과 야당은 재정자금 지원의 전제조건으로▶철저한 책임규명▶금융부실에 대한 정보공개▶대장성의 행정지도 시정 등을 요구했다.
도쿄=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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