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몰락했던 386 민주당 전당대회로 부활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앙SUNDAY

7·6 민주당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정대철·추미애·정세균 후보(왼쪽부터)가 3일 KBS 토론회에 참석해 손을 잡고 있다.

10년만에 야당이 된 민주당이 6일 전당대회를 열고 집권당에 맞서 당을 이끌 지도부를 뽑는다. 9명이 출마한 최고위원 선거에서 송영길ㆍ김민석 등 386 인사들의 선전이 예상된다고 중앙SUNDAY가 6일 보도했다. 아울러 친노세력의 대표주자 안희정 참여정부평가포럼 상임집행위원장의 부활 여부도 주목된다. 당대표 선거는 당내 조직기반이 단단한 정세균 의원와 일반인 대상 여론조사 1위 추미애 의원, 당내 기반과 대중성을 두루 갖춘 정대철 민주당 상임고문의 3파전이다. 다음은 중앙SUNDAY 기사 전문이다.

오늘 18대 국회 ‘첫 사령관’ 뽑는 민주당 전당대회
-‘당심’정세균 vs ‘민심’추미애 vs ‘맏형’정대철

민주당이 6일 전당대회를 열고 2년간 당을 이끌어갈 지도부를 뽑는다. 새로 뽑힐 당 대표는 과반의석을 차지한 한나라당의 독주를 막고, 대선과 총선 과정에서 지리멸렬해진 당을 통합시키는 숙제를 받게 된다.

민주당은 1명을 선출하는 당 대표 선거와 5명을 선출하는 최고위원 선거를 분리했다. 1위 득표자가 당 대표가 되고 차점자가 최고위원이 될 경우 차점자에게 필요 이상의 발언권이 주어져 당이 혼란스러워지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지명직 최고위원 2명과 사무총장ㆍ정책위의장을 임명할 수 있는 대표에게 더욱 힘을 실어주겠다는 계산이다. 지난주 확정된 1만2169명(당연직 2701명, 선출직 9468명)의 대의원들은 당대표 선거에 1표, 최고위원 선거에 2표를 각각 행사한다. 당대표 선거는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1ㆍ2위 후보간 결선투표를 진행한다.

단일화 효과 발휘될까

당 대표 선거는 ‘조직기반이 강한 정세균이냐, 여론조사 1위 추미애냐, 당내 기반과 대중성을 두루 갖춘 정대철이냐’의 싸움이다. 정세균 의원이 앞서고 있지만 추미애ㆍ정대철 후보가 단일화에 합의하면서 선거는 정세균 대 추미애ㆍ정대철 진영간의 대결로 달라졌다.
추미애 의원과 정대철 민주당 상임고문은 4일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아무런 조건없이 협력해 과거의 분열을 청산할 쇄신의 리더십을 창출키로 했다”고 밝혔다. 두 후보는 1차 투표의 3위 후보가 표를 더 많이 얻은 후보를 2차 투표에서 지지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두 후보의 단일화 효과가 ‘정세균 대세론’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수도권 의원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정세균 의원은 대표 경선 판세를 좌우할 각 지역위원장(옛 지구당위원장)들을 추미애 의원이나 정대철 상임고문 측보다 훨씬 많이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 의원 측은 “성향이 완전히 다른 두 후보의 단일화는 아무런 명분도 감동도 없는 정치공학적 결합일 뿐”이라며 단일화 효과 차단에 나섰다.

정 의원 캠프의 캐치 프레이즈는 ‘재집권 시동, 정세균과 함께’다. 4선의 정 의원은 “통합력과 포용력을 바탕으로 강력한 민주당을 건설하겠다”는 포부다. 정 의원 측은 “자체 조사 결과 대의원 지지도가 과반수를 넘었다”며 “선거가 1차 투표에서 끝날 확률이 높다”고 주장했다.

일반인 상대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추 의원은 ‘간판교체론’을 내세워 정세균 의원을 견제한다. 추 의원은 “추미애가 대표로 선출돼야 한다는 일반 국민들의 여론이 정세균 후보의 대세론을 깨고 있다”며 “혁명적인 변화를 원하는 민심에 따라 당을 살려내겠다”고 말했다. 그가 주장해온 ‘여론조사 30% 반영’은 물건너갔지만, “민심을 따라 대의원 표심도 동요하고 있다”며 막판 역전을 기대하고 있다.

‘맏형론’을 내세운 정대철 상임고문은 당의 열린우리당 색채를 지우고 진정한 통합을 이루는데 자신이 최적임자라고 주장한다. 정 고문은 “김대중ㆍ노무현 전 대통령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정권을 창출하고 지켰다”며 “경험과 경륜을 바탕으로 당의 위기를 수습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민ㆍ중산층 살리기 100일 위원회’, ‘남북화해협력추진위원회’ 등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하며 ‘대안정당 건설론’에 힘을 싣고 있다.
단일화에 합의한 추 의원과 정 고문은 특히 ‘열린우리당 극복’을 강조한다. 열린우리당 의장과 노무현 정부의 산자부 장관을 거친 정세균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두 후보는 “정부ㆍ여당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으면서 선거 때마다 번번이 패배했으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몰아세운다.

특히 추 의원은 “(정 의원이)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연정론과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에 찬성했었다”며 공격했고, 이에 대해 정 의원은 추 의원의 주장이 거짓이라며 사과를 요구하는 등 두 후보는 지난주 내내 신경전을 벌였다.

최고위원 후보와 합종연횡

386인사와 수도권 의원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는 정세균 의원은 지지기반이 겹치는 송영길ㆍ김진표 최고위원 후보와 느슨한 연대를 이루고 있다.
추미애 의원 측은 선대본부장으로 나선 천정배 의원을 비롯해 3선의 이종걸 의원과 우원식ㆍ제종길ㆍ최재천 전 의원 등이 ‘개혁 블럭’을 만들어 돕고 있다. 천 의원은 문병호 최고위원 후보의 선대본부장을 동시에 맡았고, 문 후보는 추미애 의원에 대해 공식적인 지지선언을 했다. 정대철 고문은 정동영계와 구 민주계의 지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세 후보는 전당대회를 하루 앞둔 5일 수도권 대의원들과 간담회를 갖는 한편 저녁에는 서울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당 관계자는 “대의원 전체의 30%를 차지하는 구민주계 표심과 35%를 차지하는 수도권 표심이 결국 선거의 향방을 결정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5명 뽑는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
- 386ㆍ구민주계 약진할 듯

5명의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한 후보는 9명이다. 크게 구(舊)열린우리당계와 구(舊)민주당계로 나뉜다. 개혁성을 강조하는 386 후보들의 선전이 예상되고 있다. 송영길 의원(3선, 인천 계양을)과 김민석 최고위원이 선두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3∼5위 자리를 두고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엔 김진표 의원(재선, 수원 영통)과 박주선 의원(재선, 광주 동구)이 세를 확장 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친노무현 부활 가능할까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 기자 출신인 문학진 의원(재선, 경기 하남)은 김근태계와 정동영계의 협동지원을 받고 있다. 손학규 대표의 실용노선에 대해 “차라리 한나라당으로 가라”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던 문 의원은 “한ㆍ미FTA나 중산층ㆍ서민 정책에 있어 민주당의 정체성이 오락가락했다”며 “최고위원이 되면 우선 당의 노선을 선명하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행정관료 출신인 김진표 의원(재선, 수원 영통)은 수도권과 충청북도 지역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참여정부 때 재정경제부 장관과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지낸 그는 “무엇보다도 경제가 중요한 만큼 경제정책통으로서의 소임을 다하겠다”며 “수도권에서 승리의 바람을 일으켜 내후년 지방선거 승리와 정권교체를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유일한 현역 3선이자 386인 송영길 의원은 소장파와 손학규계의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다. 송 의원은 “한나라당의 박근혜ㆍ김문수ㆍ원희룡에 대응할 수 있는 차세대 리더가 민주당에도 필요하다”며 “인천시당위원장으로 6ㆍ4 재ㆍ보선을 승리로 이끈 것처럼 앞으로 있을 지방선거와 대선도 승리로 이끌겠다”고 밝혔다.

‘무서운 야당’ ‘선명한 야당’을 캐치 프레이즈로 내건 문병호 전 의원은 천정배 의원이 이끄는 개혁그룹이 지원한다. 문 전 의원은 “보통 당원들의 참여가 제한된 채 치러지는 이번 전당대회는 기득권의 세력 유지 수단으로 전락했다”며 “전 당원을 대상으로 한 모바일 투표 등 보통 당원 권리 확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웠던 인사들의 선전 여부도 관심이다. 재야 출신인 이상수 전 노동부 장관은 친노세력과 영남지역의 지지를 기대하고 있다. 광주지방법원 판사와 인권변호사 출신인 이 전 장관은 “진보와 보수, 호남과 비호남, 원내와 원외를 두루 통합할 수 있는 적임자”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안희정 참여정부평가포럼 상임집행위원장은 영남의 친노성향 대의원들과 그가 지역위원장으로 있는 충청지역 대의원들을 집중적으로 설득했다. 대선자금 수사에 연루돼 옥고를 치렀던 그는 “당의 사면복권 추천 명단에서 제외되고 공천까지 탈락했지만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다”며 “당에 충성과 의리를 지켜온 것을 당원들이 평가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그가 최고위원에 당선된다면 친노계가 재기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표심 결집 기대하는 구민주계

민주계는 전체 대의원의 30%를 할당받았다. 1인 2표제인 만큼 조직력이 탄탄한 민주계의 결집효과는 클 것으로 보인다.

구민주계의 선도탈당파로서 대통합민주신당 창당에 참여했던 정균환 전 의원 역시 구민주계의 전통적 지지를 기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메신저로 불리기도 했던 정 전 의원은 “지지부진하던 민주세력 통합을 이뤄낸 경험을 발휘해 사분오열된 민주당을 바로 세
우는 기둥이 되겠다”고 말했다.

18대 총선 전국 최대득표율로 당선된 박주선 의원(재선, 광주 동구)은 호남과 광주, 그리고 구민주계 인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기대하고 있다. ‘주도세력 교체론’을 내건 그는 “호남을 대표하는 최고위원이 선출돼야 전통적인 지지층을 모을 수 있다”며 “당원 전원투표제 도입과 외부인사 공천제 폐지를 통한 정치개혁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선거막판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간 김민석 최고위원은 구 민주계 표심 결집의 수혜를 톡톡히 본 것으로 전해진다. 김 최고위원은 “2000년 새천년민주당 창당과 2002년 노무현 후보의 국민경선 모두 내가 디자인했다”며 “민주당의 재건과 재집권의 설계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찬 기자 jong@joongang.co.kr

[중앙SUNDAY]

▶ 위기의 중산층 "퉁퉁 부은 아내 손이 내 벼랑 끝 현실"

▶ 물만 배출되는 '꿈의 자동차' 최소 2억원

▶ 박근혜 총리냐 한승수 유임이냐

▶ 반기문 총장 "한국, 솔직히 창피하다"

▶ 'MB광고 욕쟁이 할머니' "거리서 지랄들을 허니…"

중앙SUNDAY 구독신청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