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식당 ‘다미소’ 찾은 손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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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한 수입쇠고기 전문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관계자가 미국산 쇠고기 판매 현수막을 설치하고 있다. 식당 관계자는 새 수입위생조건에 따라 검역을 받은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유통된 것들은 지난 해 10월 검역 중단 이후 세관 보세 창고에 보관 중이던 뼈없는 미국산 쇠고기이다.(서울=연합뉴스)

4일 미국산 쇠고기를 팔기 시작한 서울 양재동의 식당 ‘다미소’. 식당 앞에는 ‘30개월 미만의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합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저녁 시간이 되자 손님들이 하나 둘 식당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이들은 미국산 쇠고기를 먹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꺼렸다. 한 직장인은 “괜한 불이익을 받기 싫어 이름은 안 밝히겠다”면서도 “싼값에 쇠고기를 먹을 수 있어서 왔다”고 말했다. 한 대학생은 “둘이서 배불리 먹었는데도 2만원밖에 안 나왔다. 가격에 비해 맛이 괜찮았다”고 만족을 표시했다. 하지만 기대에 못 미친다는 소비자도 있었다.

회식을 위해 이곳을 찾았다는 한 직장인은 “냉동 창고에 오래 있었던 제품이라 그런지 맛이 신통치 않다”며 실망감을 표시했다. 미국산 쇠고기가 지난주 시중에 유통되기 시작했다. 박창규 한국수입육협회장은 1일 자신이 운영하는 정육점 1곳에서 미국산 쇠고기 판매에 나섰다. 이번 주엔 판매 점포를 더 늘린다는 방침이다. 15일엔 수입육협회 소속 회원사들이 자체 유통망을 통해 공동 판매를 진행하기로 했다.

일단 지난주 판매 실적은 나쁘지 않았다. 미국산 쇠고기를 판다는 게 알려지면서 서울 시흥동에 있는 박 회장의 정육점엔 소비자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판매 점포를 늘릴 이번 주에도 이런 호응이 계속될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보수, 먹지 않으면 진보로 낙인찍히는 분위기인 데다 오랫동안 냉동 창고에 보관돼 있던 터라 제품의 질을 확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쇠고기 식당들도 몸을 사리고 있다. 한 달 전만 해도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했다는 한 식당 주인은 “촛불집회가 시작된 이후 매상이 절반 이하로 줄었고, 미국산 쇠고기를 판다는 이유만으로 나쁘게 보는 사람이 너무 많다”며 “여론이 잠잠해질 때까지는 미국산 쇠고기를 팔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대형 유통업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마트는 4일부터 전국 114개 매장에 ‘LA갈비는 미국산이 아니라 가로로 자른 갈비’라는 내용의 설명문을 부착했다. 미국산 쇠고기를 판다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다. 환경연합은 대형 마트·패스트푸드 업체·피자 업체의 미국산 쇠고기 사용 여부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는 시장에 맡겨졌다. 정부 검역 기준이 충분한지에 대한 판단은 소비자의 몫이다. 앞으로 소비자가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이번 주
7일 교과부, 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등 대입 일정 공고 ●9일 농식품부, 쇠고기 원산지 표시 의무제 전 음식점으로 확대 실시 ●9일 농민연합, 쇠고기 협상 무효 농민대회 

박혜민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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