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위기는 해외 M&A의 호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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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호 17면

외환위기 때의 악몽이 떠오른다. 환율과 금리가 뛰고 주가는 곤두박질한다. 외국인들이 연 20일째 국내 주식을 팔아 6조2000억원을 빼갔다. 증시의 외국인 엑소더스는 멈출 기미가 없다. 경제위기가 올 때 가장 힘들어지는 것은 서민과 중산층이다. 정부가 위기 대응에 만전을 기해야 할 이유다.

하지만 10년 전 외환위기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표면상 비슷해 보여도 본질은 크게 다르다. 외환위기가 우리의 잘못에서 비롯됐지만, 이번 위기는 미국인들의 방만한 경제생활에 뿌리를 두고 있다.

10년 전 우리는 알짜 기업과 주식을 헐값에 팔아 텅 빈 금고를 채워야 했다. 지금 미국 금융회사와 기업들은 파산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량 자산을 앞다퉈 처분하고 있다. 한국 주식을 팔고 있는 것도 한국 증시의 미래가 어두워서라기보다는 당장 한 푼의 현금이 아쉽기 때문이다.

국내 주가가 급락하는 현상만 보고 너무 떨 일이 아니다. 덕분에 우리의 우량 주식을 싼값에 회수해 온다는 생각도 가져볼 만하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미국 등 선진시장으로 나가 그곳의 우량 금융회사나 기업을 싸게 인수하는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 말로만 투자은행(IB) 육성이다, 세계 1등 상품 개발이다 떠들 일이 아니다. 해외로 나가 IB를 사고, 1등 기술을 가진 기업을 인수합병(M&A)하면 저절로 성사된다.

마침 우리 대기업들은 두둑이 현금을 쌓아놓고 있다. 은행도 자산구조가 튼실하다. 노무현 정부에서 부동산 대출을 꽉 조였던 게 이제 와서 보니 전화위복이 됐다. 세계 각국의 금융회사들이 부동산 대출의 부실화로 휘청거리고 있지만 한국만은 예외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도 현금이 넘친다.

해외 기업을 잘못 인수했다가 같이 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을 법하다. 그러나 우리의 외환위기 때를 거울 삼으면 답은 나온다. 우리가 공적자금을 넣어 은행과 기업을 살려 놓았듯이, 미국 등도 주요 투자은행과 기업이 문을 닫는 일을 좌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은행과 기업의 주인이 바뀔 따름이다.

우리 은행과 기업이 해외 M&A를 통해 힘을 키우면 관련된 일자리를 국내에 만들고 세금도 더 내게 된다. 그렇게 되면 서민의 고통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이번 주
10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현 기준금리(5.0%) 동결 가능성 큰 것으로 시장은 예측 ●10일 한국은행 6월 생산자물가지수 발표 ●11일 미국 6월 수입물가지수=월스트리트는 전달보다 2% 상승했을 것으로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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