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는 생존 달린 파도 … 올라타지 않으면 가라앉는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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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호 12면

7~9일 일본 홋카이도의 휴양지 도야코에서 열리는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는 선진 8개국 정상과 함께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 등 8개 주요 개도국 정상도 참가한다. 이들이 다룰 핵심 의제 가운데 하나는 ‘인류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인식되고 있는 ‘기후변화’다. 이번 논의의 핵심이 뭔지, 한국은 어떤 전략으로 임하는지 정래권 기후변화 대사에게 들어봤다.

G8 정상회의 참가하는 정래권 기후변화 대사

-G8 확대 정상회의에서 기후변화가 논의되는 의미는.
“도야코에 모이는 16개 주요 경제국은 전 세계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80%를 차지하는 나라다. 처음으로 정상들이 함께 모였다. 이 자체로 향후 온실가스 감축 협상 진전에 정치적 힘을 실어 주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회의는 2012년 1차 공약 기간이 끝나는 교토 의정서를 대체할 ‘포스트 2012’의 틀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합의를 도출하는 자리는 아니지만 정상들은 2050년까지 장기 플랜으로 감축을 하고, 2020년까지 중기 감축에 원칙적으로 공감한다는 ‘주요 경제국 지도자 선언’을 채택할 예정이다.”

-유럽과 일본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강제로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의 대응전략은.
“한국은 교토 협약에서 구속력 있는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비부속서 국가’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고, 1인당 국민소득도 2만 달러를 넘어섰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OECD 평균에 근접한다. 현재 선진국과 개도국이 정면 충돌한 상황에서 우리가 선도적인 교량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2020년까지의 감축 목표치를 설정해 발표하려 한다.”

-경제가 어렵다. 기후변화 대처 노력이 경제를 더 어렵게 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선진국들이 그들 수준으로 한국에 부담을 지울 것이고 그래서 제2의 외환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겁을 주는 일부 인사의 주장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어느 나라가 자국의 산업구조까지 바꿔 가며, 외환위기까지 초래해 가며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는가. 일본·유럽도 감당할 만큼 해왔고, 우리도 그렇게 할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너무 부정적인 인식들이 퍼져 있다.”

-현재 개도국과 선진국은 어떤 면에서 맞서고 있나.
“중국·인도 같은 나라는 현재의 기후 위기는 선진국들이 과거 100년 동안 개발하면서 생긴 것인데, 왜 늦게 발전하려는 나라들에 미래의 책임을 지우려 하느냐고 반박한다. 오히려 선진국들이 과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고, 자신들에게 책임을 지우려면 돈과 기술을 내놓으라고 요구한다. 선진국 가운데는 미국이 문제다. 중국·인도가 구속적 의무를 지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도 질 수 없다면서 오히려 2050년까지 배출량을 더 늘리겠다고 하고 있다.”

-우리는 어느 정도 준비됐고, 언제부터 줄일 것인가.
“다행히 기업들은 지난 수년 동안 미래를 읽었다. 에너지 효율을 높였고, 환경오염을 많이 개선해 미국보다 수준이 낫다. 문제는 시민사회의 과소비 구조다. 승용차 크기도 국제사회에서 미국 다음으로 크다. 얼마 전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96%가 기후변화 문제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주체가 누가 돼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11%만이 ‘시민’이라고 답했다. 우리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더 이상 늘지 않고 정체되는 순간부터 절대적인 감소에 들어갈 생각이다. 일본·유럽도 그랬다. 그때가 기후변화 협상에서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시점이 될 것이다.”

-이번 G8 회의를 계기로 한국 사회도 기후변화 이슈를 민감하게 받아들일 것 같은데.
“정부는 기후변화를 ‘신(新)성장동력’으로 정의했다. 끌려다니지 말고 선도해 나가자는 뜻이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주장한 ‘저탄소 국가’로 우리도 가야 한다. 화석 에너지 전쟁 시대는 계속된다.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것은 에너지 안보와 직결되는 국가 생존의 문제다. 기후변화라는 파도에 묻혀 가라앉느냐, 파도를 타고 헤쳐 나가느냐는 우리가 결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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