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군부>10.끝.군사과잉과 군수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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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북한은 군사과잉 사회다.빨치산전통이 체제 곳곳에 스며든 「유격대 국가」라거나 「병영국가」라는 분석이 있어왔다.
북한사회의 병영화는 30년 이상을 거슬러 올라간다.62년12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4기5차 전원회의에서 채택된 「4대 군사노선」이 계기가 됐다.이 노선은 92년4월 개정헌법 60조에 의해 거듭 확인돼 현재까지 유효하다.
4대 군사노선은▶전인민의 무장화▶전국토의 요새화▶전군의 간부화▶전군의 현대화 등이다.북한은 「미제국주의」와의 첨예한 대결을 지속하는 한 이 노선을 포기할 수 없다는 태도다.북한은 자주.자위 논리를 내세워 이 노선을 합리화하고 있지 만 그로인한군사과잉은 북한체제에 심각한 부담을 주고 있다.
북한은 평시에 현역병(육.해.공군)이 1백4만명,예비병력이 6백50여만명에 달하며 전주민의 3분의1이 군사적으로 동원될 수 있다(국방부의 『국방백서 95~96』).예비병력은 전투동원대상인 교도대 1백60여만명,민방위대 성격의 노 농적위대 3백90여만명,고등중학교 군사조직인 붉은청년근위대 90여만명및 인민경비대 10만여명 등이다.
군부의 영향력이 권력주변이나 사회적으로 막강할뿐만 아니라 전사회적으로 전시동원 비상체제같은 조직형태를 띠고 있다.한국에서거의 자취를 감춘 6.25전쟁 관련 영화가 북한에선 지금도 자주 만들어진다는 것도 군사과잉의 증거다.
군사과잉의 대표적인 사례로 군수산업이 지나치게 비대한 점은 북한체제에서 가장 큰 문제다.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가하기 때문이다.북한은 지난 40여년간 지하에 각종 군수시설을 구축해놓고지금도 이를 가동하고 있어 경제주름살이 펴질 수 없는 근본적인요인이 되고 있다.
군수부문은 민간경제를 관장하는 정무원과는 별개의 메커니즘으로움직이는 제2경제위원회가 관할한다.흔히 「2경」으로 약칭되는 이 위원회는 노동당과 국방위원회의 직접 관할을 받는다.2경은 자금과 기술.인력이 집중되는 거대한 기업군을 거 느린 「공룡」같은 존재다.
북한의 자강도는 첩첩산중에 군수공장이 곳곳에 들어서 있어 도(道) 전체가 군수산업기지나 다름없다.지하의 공장시설이 녹스는것을 방지하기 위해 통습.방습장치를 갖춰야 하고 공장가동에 엄청난 에너지와 전기가 투입된다.물론 군수공장이 자강도에만 있는것은 아니다.
북한 전역에 흩어져 있어 민간경제를 압박한다.전문 군수공장 외에도 기간산업체들 가운데 지하에 별도의 군수공장을 두고 있는곳도 많다.
그밖에 전국토의 요새화 방침에 따라 곳곳에 지하갱도의 군사기지가 있어 이를 유지하는데 엄청난 자원.인력을 낭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주민.사병들이 군수산업 투자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 귀순자들의 증언이다.
「초강대국 미국과 맞서고 있어 불가피하다」는 교육이 반복되고있기 때문이다.
군에서는 하전사(사병)들을 교육할 때 무기 하나에 얼마가 들고 이것이 인민생활에 압박을 가져온다는 식의 교육을 반복한다.
이에 따라 하전사들은 북한당국을 탓하기보다 미국과 한국에 적개심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유영구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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