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했거나 불참하고 일했거나 임금 똑같이 주라는 현대차 노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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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의행위(파업)를 이유로 사측이 단협을 어기며 조합원에 대한 임금을 차등 지급할 경우 결코 용서치 않을 것이다. 임금 차등 지급은 노동조합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현대차노조)는 4일자 ‘쟁대위 속보’라는 인쇄물을 통해 이같이 요구했다. ‘파업에 참가한 근로자나 근무한 근로자나 똑같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대차 지부는 2일 두 시간 파업을 벌였고, 야간조는 두 시간의 잔업까지 거부했다. 이에 해당하는 임금은 근로자에 따라 1만5000~5만원 정도다.

노조는 또 파업에 비판적인 내부 분위기를 의식, 노조원을 향해 ‘집회·상경 투쟁 참석 여부를 파악해 2년간 상벌 규정을 엄격히 적용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파업 참가자나 불참자나 똑같이 받아야”=노조가 임금 차등 지급에 제동을 거는 것은 내부 단결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노조는 차등 지급 금지의 근거로 단체협약 54조(‘쟁의행위 중 조합원에 대한 임금은 합리적인 근거 없이 차등 지급할 수 없다’)를 들고 있다. 현대차 노조의 장규호 대변인은 “회사가 노조원에게 파업 불참을 유도한 뒤 임금을 줘 노조원끼리 이간질하는 행위를 못 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며 “지금까지 파업 때마다 문제가 됐지만 매년 관철시켜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진석 현대차 이사는 “노조의 주장은 파업에 불참하고 생산라인에 선 사람에게도 임금을 지급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노조원 A씨(48)도 “일을 한 노조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말라고 회사 측에 압력을 넣는 노조는 현대차 외에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노조의 이 같은 요구가 회사 측의 ‘좋은 게 좋다’는 식의 무원칙한 노조 관리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현대차는 매년 단체교섭이 타결될 때마다 각종 격려금 명목으로 파업으로 인한 임금 손실분(100만~200만원)을 일률적으로 지급했다. 말로는 ‘무노동 무임금’을 외치고 있지만 실제로는 관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집회 출석 체크”=노조는 “노동조합 각종 투쟁지침 불이행 때 강력히 조치한다”며 “전 조합원 집회 참석 여부를 필히 파악해 상벌규칙을 엄격히 적용하겠다”고 경고했다. 노조 상벌규칙(제7조 5항)에는 “노동조합 및 지부 주관 각종 집회에 무단 불참할 경우 노조 및 노사 합의로 지원되는 각종 후생복지에 대한 수혜를 2년간 제한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각종 후생복지에는 노조 창립기념일 선물, 노사 합의로 보내는 해외연수 등이 포함된다.

노조는 2일 두 시간 동안 부분파업을 벌이면서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에 동참하기로 했지만 이날 집회는 일반시민 등을 합쳐도 참가자가 500여 명(경찰 추산 300명)에 불과했다. 현대차노조의 울산 지역 노조원 숫자는 2만4000여 명이다.

한편 현대차 노조는 4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2일 파업과 관련해 경찰이 보낸 노조 간부 15명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 출석요구서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울산=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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