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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열쇠고리 1500개 모은 사업가 정정근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0면

정정근(鄭正根.56)씨는 동생들과 코컴즈라는 정치광고회사를 경영하는 사업가.
그러나 주 관심사는 사업이 아닌 수집이다.주로 수집하는 물품은 열쇠고리.60여개국의 열쇠고리 1천5백여개를 모은지 20여년이 되었다.
『사업은 동생들이 주로 맡고 있어 저는 사람을 만나 계약을 체결하는 굵직한 일외엔 수집과 여행등 취미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鄭씨의 수집은 취미를 넘어서는 듯하다.열쇠고리 1천5백여개를 행사별.국가별.재질별,심지어 고리형태별로 분류해 차곡차곡 유리로 된 진열장안에 진열해놓았다.
모아놓은 것도 대단하려니와 분류방식 또한 철저해 열쇠고리 박물관에라도 온 느낌이다.
『원래는 30년전부터 우표를 모았습니다.그런데 아버님이 20여년전에 일본에 가서 구한 열쇠고리 두개를 선물로 주셨어요.그것을 계기로 열쇠고리를 행사별.모양별로 모으기 시작했지요.』수집하는 누구나가 그렇듯 수집계기는 소박하다.최초의 컬 렉션이 된 두개의 열쇠고리는 40년 도쿄타워 완공기념과 고베산업박람회기념 열쇠고리.
미국의 인디언 추장집을 방문했을때 인디언들이 직접 손으로 만들어준 열쇠고리,열면 악어와 인형이 춤추는 장난감이 들어있는 중국 열쇠고리도 있다.포르투갈의 장화모양 열쇠고리는 모양이 재미있다.월남 것은 지폐모양을 하고 있어 공산주의삐 국가로는 특이하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열쇠고리 제작회사가 일본의 니노케로스와 미국의 시큐 버클사라는 것도 알게 되었으니 열쇠고리 만드는 사람보다 열쇠고리에 대해 더 잘 알듯.20년이 넘는 한우물파기의 결과다.
『외국 열쇠고리들은 모양이 매우 다채롭고 다양합니다.동남아나공산국가들도 예외가 아닙니다.그러나 우리나라 열쇠고리들은 설악산에서 산 것이나 남산에서 산 것이나 모양이 똑같고 다채로운 디자인이 없어 아쉽습니다.』 외국 것중 鄭씨가 소중히 여기는 것은 미얀마에 갔을때 그곳 원주민들로부터 구입한 것이다.손으로매듭을 짓고 수를 놓는 것이 마치 우리나라의 풍습을 그대로 가져간 것 같다.
鄭씨에게는 그러나 외국 것보다는 행사별,만든 기관별로 모은 국내의 열쇠고리들이 더 소중하다.
고르비 한국방문기념 열쇠고리,국풍81 열쇠고리,88올림픽 열쇠고리는 기본이고 서울에 있는 모든 대학이 발행한 열쇠고리와 중.고등학교 열쇠고리도 70여개를 모아 정리해 두었다.심지어 종교기관에서 만든 열쇠고리모음과 뼈다귀 모양을 모 아놓은「뼈다귀 시리즈」도 있다.
『일기도 중1때부터 하루도 안빠지고 씁니다.원래 끈질기게 뭘하는 것을 좋아하나 봅니다.』鄭씨는 수집이 『억압에 대한 연쇄반응』이라는 프로이트의 분석을 인용하며 웃는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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