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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CoverStory] 야구장은 놀이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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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심해서 TV 리모컨을 눌렀는데 야구 중계를 합니다. ‘아싸’ 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채널 돌리기 바쁜 이도 꽤 될 테죠. 야구 규칙을 모르고, 선수는 더 모르니 재미없는 게 당연하겠죠. 그런데 올해는 ‘야구’ 소리에 귀가 좀 얇아집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야구장 때문입니다. 쩌렁쩌렁한 응원 소리에 ‘세계에서 가장 큰 노래방’이라는 말이 나오고, 관중들이 통닭을 하도 먹어 ‘AI(조류 인플루엔자) 예외구역’이라는 표현도 등장했습니다. 이쯤 되니 ‘야구장 가면 저렇게 재미있나’ 하는 호기심이 고개를 듭니다.

야구를 몰라도 야구장 가면 정말 즐거울까요. 그래서 ‘야구 매니어’인 방송인 김제동을 만나 야구장에서 노는 노하우를 들어 봤습니다. 경품·먹거리 정보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고, 어쨌거나 백날 듣는 것보다 한번 가 보는 게 낫겠지요. 이번 주말 외출, ‘야구장 놀이터’ 어떠세요.

글=이도은·이영희 기자,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김제동에게 듣는 야구장 100배 즐기기

6월 29일 오전 부산 구덕구장. 야구 유니폼을 입은 2루수 김제동을 만났다. 그는 4년째 연예인야구단 ‘재미삼아’에서 활동하고 있다. 주말마다 친선경기를 즐겨 일요일엔 방송 스케줄도 잡지 않는다. 인터뷰는 잘 하지않지만 야구 얘기라고 하니 흔쾌히 응했다. ‘연예인 말 실수’를 연신 걱정하면서도 에두르지 않고 “이젠 국내도 돔 야구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식상하지만 궁금한 여자 친구 얘기를 떠보자 “아침에 산 타고 오후에 야구 하고 저녁에 술 마시면 더 없이 행복할 것 같다”는 선문답을 했다. ‘야구, 야구장 즐기는 법’을 야구 하면 빠지지 않는 김제동의 입담으로 들어본다.

야구? 몰라도 돼

발야구 규칙만 알면 된다. 치고 달리고 한 바퀴 돌아 점수 나는 게 야구다. 설명이 필요없다. 무작정 야구장에 가보라. 도시에 그렇게 시야가 탁 트인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거기에 노래는 쩌렁쩌렁 울리고 치어리더들이 춤을 춘다. 분위기만 타면 기분이 확 달라지는 게 당연하다. 생각해 보면 도시에서 서너 시간씩 놀 곳이 흔치 않다. 부모가 애들 보고 백날 컴퓨터 하지 말라고 해봐야 소용없다. 야구장 데려가면 해결된다. 야구장은 사랑 고백에도 그만이다. 응원단장한테 “마이크 좀 빌려주세요”하면 다 준다. 친구끼리는 “야구장 가서 술 한잔 하자” 그러면 된다. 시집살이 하느라 남편과 큰소리로 싸우지 못하는 며느리에게도 필요한 곳이다. 야구? 안 봐도 좋다. 경기가 너무 길다 싶으면 한 5회까지 보고 나오면 된다. 도쿄 돔구장에선 외국 바이어와 비즈니스 회의도 한다. 분위기가 색달라 얘기가 더 잘 풀리기 때문이다.

야구장 명당

‘오늘 한번 제대로 놀아볼까’하면 홈구장 응원석에 있어야 한다. 치어리더들이 오르는 단상 바로 앞이다. 응원 열기도 가장 뜨겁고 경기 중간중간 이벤트도 코앞에서 볼 수 있다. 인기가 많아 경기 한 시간 전에 이미 찬다. 연인이라면 키스해도 들키지 않는 외야 구석을 권한다. 사람들이 알면서도 모르는 척 넘어가 주는 자리다. 친구랑 ‘조용히 얘기나 좀’ 하고 싶을 때도 외야가 좋다. 정말 경기를 보러 온 사람에게 괜찮은 자리도 경우에 따라 다르다. 초보자라면 1루 앞쪽에서 가까이 봐야 하지만 나 같은 야구 매니어는 조용히 기록하기 좋은 외야가 오히려 편하다(언젠가는 술마시며 보다 5회 이후 필름 끊긴 적도 있다). 3루 쪽은 선수 얼굴을 잘 보고 싶은 젊은 여자들도 좋아한다. 혹시나 ‘인생 다시 살자’고 마음 먹은 사람에게 추천하는 자리도 있다. 원정팀 유니폼 입고 홈팀 응원석에 앉아보라. 신입사원 담력쌓기 훈련으로도 그만일 것이다.

전광판에 내가 나오려면

구단에서 준비하는 카메라가 따로 있다. 경기 중간중간 관람객이 참여하는 이벤트나 눈에 띄는 응원 장면을 비추는 카메라다. 카메라에 잡히고 싶다면 일단 인상 깊은 플래카드를 준비하라. 선수 이름만 적으면 너무 밋밋하다. ‘롯데야 책임져라, 축구를 버리고 내가 왔다’‘민호야, 누나가 통닭 사왔다’ 같은 재치있는 문구를 들고 있으면 당연히 눈길을 끈다. 데이트족이라면 키스 타임을 노려라. 누가 봐도 연인임을 의심치 않게 유니폼이나 커플룩을 입는 것도 방법이다. 가끔 카메라맨이 엉뚱한 커플을 비춰 사단이 나는 경우도 있다. 지나치게 다정해 보이는 ‘불륜’은 조심하시라. 응원 단상에 오를 기회를 만드는 것도 방법. 프러포즈나 결혼 10주년 같은 이벤트를 신청하거나 장기자랑 코너에 나가면 된다. 그렇지 않더라도 응원가에 맞춰 막춤을 출 자신이 있다면 카메라에 잡히기 쉽다.

야구도 연애다

선수가 누가 누군지 모를 초보라도 좋아하는(혹은 좋아할 만한) 한 명을 찍어라. 이유는 불문이다. 잘 생겨서, 허벅지가 단단해 보여서 좋다 해도 괜찮다. 선수의 외모도 중요한 기준이다. 야구장에선 연애하듯 그에게만 집중하라. 그가 홈런을 잘 치는 선수인지, 찬스에 강한 선수인지 특징을 파악해 보자. 미리 공부를 못했다면 옆자리 관중의 해설을 귀동냥해도 좋다. 타자일 때 준비동작은 어떤지도 유심히 보자. 방망이를 조심스레 낮추는지 세게 흔들거리는지, 다리를 드는지 마는지 특징을 파악해 내는 재미가 있다. 진짜 좋아하는 선수가 생겼다면 사인 받기에 도전해 볼 것. 일찍 구장에 나가 선수들이 티배팅할 때 선수 이름을 부르며 한껏 소리를 지른다.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그물 사이로 공을 집어넣으면 대부분 해준다. 아이들을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단, 한 선수를 집중 공략하지 말 것. 선수들도 감독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선수에서 시작된 ‘야구와의 연애’는 구단·구장으로 이어지는 게 보통이다.

놓칠 수 없는 사소한 재미

야구장 와서 점수에만 목맨다면 하이라이트를 모은 스포츠뉴스를 보는 게 낫다. 짜릿함이 없더라도 ‘사소한’ 묘미에 빠지면 이기고 지는 건 중요치 않다. 야구장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들을 주목하라. 공의 움직임을 좇는 대신 ‘커버 플레이’를 즐겨라. 텔레비전 중계로는 못 보는 장면이다. 공이 유격수 쪽으로 가는 데 투수는 1루 쪽으로 간다. 혹시나 1루수가 날아오는 공을 잡지 못할까 봐 함께 움직여주는 거다. 외야수가 송구할 땐 유격수·투수까지 일렬로 라인을 만든다. 또 타자가 누구냐에 따라 내야수가 때론 왼쪽으로, 때론 오른쪽으로 움직인다. 이런 작은 움직임들을 보면 마치 매스게임을 보는 것 같다. 야구 고수라면 경기를 보며 즉석내기를 해도 재미있다. 예를 들어 주자가 1루에 있을 때 감독의 작전이 강공이나, 번트냐, 안타냐를 맞혀보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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