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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과학자가 되려면 스스로 문제 내 해답 찾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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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세계적인 과학자가 되려면 훌륭한 문제를 설정하고, 거기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는 능력을 키워야 해요. 요즘 학생들은 선생님이 건네주는 문제나 풀려고 하거든요.”

2001년도 노벨화학상 수상자 일본 노요리 료지(70·이화학연구소 이사장) 박사가 과학자의 길을 걸으려는 청소년에게 주는 충고다.

그는 1일 한양대에서 주는 명예이학박사 취득과 한양대 융합기술관 개관식 참석차 내한해 가진 인터뷰에서 청소년에게 주는 이런 교훈과 한국의 정부 출연연구소의 통폐합 움직임 등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한국에서는 지금 정부 출연연구소의 통폐합 작업이 한창이다. 그런 경험을 먼저 한 과학자로서 어떤 느낌을 갖는가.

“모든 학문이 극도로 세분화되어 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젊은 과학자들이 매우 좁은 자신의 전문분야에만 흥미를 갖는다. 자연은 하나다. 국제화와 마찬가지로 과학의 학제화를 추진해 연구자의 시야를 넓히는 것이 필수적이라 본다. 그런 점에서 세분화된 연구기관의 통합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은 청소년들이 유학을 잘 가지 않아서, 한국은 두뇌 유출이라고 할 정도로 유학을 많이 가서 문제인 것 같다.

“연구자뿐만이 아니라 리더 격인 사람들은 넓은 시야와 깊은 식견을 가져야 한다. 유학을 하면 시야가 넓어질 수 있다. 적극적으로 유학을 가도록 장려하는 한편 외국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길도 넓게 만들어줘야 한다. 그렇다고 구미 등 외국 사람들에게 배운다고 다 훌륭하게 된다는 것은 아니다.

일본인으로서 노벨상을 수상한 물리학자 유카와 히데키, 아사나가 신이치로, 화학자 후쿠이 겐이치 등은 모두 학창시절 유학 경험이 없다. 중요한 것은 독창성과 선도성, 그리고 과학과 사회에 파급효과가 큰 좋은 연구를 하는 것이다.”

-과학자의 길을 가려는 청소년이 가져야 할 자세라면.

“과학 연구는 단순하게 문제와 해답으로 이뤄져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문제를 만드는 것으로, 이는 좋은 해답을 찾는 것보다도 훨씬 어렵다. 학생들은 교사가 주는 문제에 익숙해 있다. 그러나 내가 존경하는 과학자들은 스스로 장대한 문제를 만들고 스스로 깊이 생각해 해답을 찾아냈다. 그런 것들이 과학의 비약적 진보를 가져왔다. 과학자들은 소수파인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한다. 독창이라는 것은 혼자서 창조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당연히 소수일 수밖에 없다.”

-아시아 각국은 서로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과학기술 개발에 공동 보조를 취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아시아리서치네트워크에 참여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화학연구소(리켄)는 자연과학 종합연구소다. 현재 물리·화학·생명과학·공학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리켄의 최대 과제는 국제화 촉진이다. 나는 특히 아시아 국가 간 협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동안 개인 간의 공동연구는 많이 있었지만 국가간 공동연구는 그리 활성화 되지 못했다. 이번 기회가 국가 간 공동연구의 활성화에 큰 계기가 될 것 같다.”

-아시안 국가 간 공동연구의 장점이라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어 환경이나 자원, 에너지 문제,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의 저감 등 많은 과제를 공유하고 있다. 그중에는 인류 생존과 직결된 심각한 사회적·전 지구적 문제도 적지 않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는 과학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아시아 과학자들이 협력한다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새로운 관심사는 무엇인가.

“청정화학(그린 케미스트리)에 바짝 신경을 쓰고 있다. 전 지구적 과제는 에너지 절감과 쓰레기 배출 감축 등이다. 이런 문제를 과학과 정치가 함께 나서 풀지않으면 인류의 미래는 어둡다. 미국의 경우 청정화학 분야를 대통령이 나서 육성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도 그렇게 해야 한다. 세제 우대 등 다양한 정책이 뒷받침돼야 청정화학이 이른 시일 내에 자리 잡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청정화학을 위한 촉매과학 등의 연구와 기획을 하고 있다.”

-건강을 지키는 비결이 있다면.

“열심히 일하는 것이 건강의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과학에 대한 ‘프로’로서 열심히 일하는 것이 즐겁다. 그렇게 즐겁게 일하는 것 자체가 건강을 지키는 원동력이다.”

글=박방주 과학전문기자, 사진=이영규 인턴기자

◇노요리 료지(野依良治)박사=일본 토종 과학자다. 교토대학에서 산업화학을 전공하고, 박사학위도 받았다. 2001년 미국의 윌리엄 놀스, 배리 샤플리스 박사와 공동으로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화학물질 중 화학적 성질은 같고 모양이 대칭인 두 가지 유기화합물(광학이성질체) 중 한 쪽만 골라 합성하는 방법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는 한국을 자주 방문해 한국 과학계에도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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