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142) 서울 광진을 한나라당 유준상 후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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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실업 등 실업 문제는 성장을 통해 풀어야 합니다. 그러자면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하구요. 또 경제 질서를 확립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부동산 투기 자료를 공개하고, 아파트 분양 원가도 공개해야 돼요. ‘부유한’ 정규직 근로자들의 임금 상승을 억제함으로써 가난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죠.”

서울 광진을에 출마한 한나라당 유준상(62) 후보는 “우리나라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층이 너무 두텁다”며 “근로자 계층 내부의 양극화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4선 의원 출신인 유 후보는 현역 의원 시절 국회 경제과학위원장, 당 정책위 의장 등을 지낸 경제통이다.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왔고, 상임위 활동도 재무위 등 주로 경제 분야에서 했다.

유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대해 색다른 논리를 폈다. 국회의 탄핵안 결의는 검사의 기소에 해당하며 재판부에 해당하는 헌재의 판결(심판)을 앞두고 있다는 것.

“가결이 안 됐다면 여야가 서로 상처를 주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야권이 노 대통령에게 말려들어 감정적으로 대응한 결과죠. 고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이 자신을 실명으로 거론한 대통령 기자회견을 보고 강물에 뛰어들지만 않았어도 탄핵이란 뇌관에 불이 붙진 않았을 겁니다.”

그는 헌재의 결론이 어떻게 나든 여야가 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의 탄핵소추를 수용하고 헌재의 탄핵심판에 따르는 건 법치주의의 근간을 세우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제안한 여야 합의에 의한 탄핵안 철회는 그러나 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못박았다.

한나라당에 대해선 “최근 많이 바뀌었지만 아직도 고칠 게 많고, 도려낼 것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차떼기’ 정치자금이 불거졌을 때 당사를 국가에 헌납하고 한강변 천막 당사로 나가자는 제안을 자신이 처음 했다고 밝혔다.

“다 때가 있는데, 자꾸 실기(失機)를 하는 게 문제입니다. 이유 불문하고 과거의 잘못에 대해선 회개하고, 반성해야 돼요. 그래야 새롭게 출발할 수 있어요. 목표는 정책 정당입니다. 국민들 눈밖에 난 지 얼마나 됐다고 그 새 당내에서 100석 선은 만회했다는 소리가 나오는데, 다시 자만했다가는 국민이 버립니다. 총선이 끝나도 국민들 사랑을 못 받아요.”

▶6·3세대인 유준상 후보(왼쪽)는 고려대에 다닐 때 총학생회장 직무대행을 했다. 당시 고대 상과대 학생회장은 이명박 서울시장(오른쪽). 그 시절 두 사람은 민주화운동에 함께 앞장섰고, 지금까지 정치를 같이 하고 있다.

81년 민한당 소속으로 정계에 입문한 유 후보는 그해 호남 지역 최연소 국회의원이 됐다. 13대 의원 시절엔 MBC가 뽑은 모범 국회의원 MVP 5인에 선정됐다. 14대 국회 때 그는 (통합)민주당 부총재를 거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창당한 국민회의 지도위원을 지냈다. 그러나 15대 총선 앞두고 공천에서 탈락했다. 국민회의 탈당한 그는 그 후 이회창 총재가 이끌던 한나라당으로 옮겼다. 당적을 옮겼지만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 대상자 명단에 그의 이름은 없다.

“정계를 떠나 일본과 중국에서 연구 생활을 했습니다. 1년 반 이상 당적이 없었죠. 한나라당은 이회창 전 총재의 얼굴을 보고 옮겼습니다. 법과 원칙이 지배하는 정당이 될 거로 봤죠. 4선을 했지만 부패에 연루된 적도, 그런 문제로 신문에 난 일조차 없습니다.”

그의 선수(選數)와 나이에 대해 언급했다. 여야 3당의 리더가 모두 그보다 열 살 이상 아래다. 16년 연하인 추미애 민주당 선대위원장과는 지역구에서 격돌해야 한다. 그는 깨끗한 정치를 해 온 원로로서 새 정치에 대해 가르치겠다고 말했다.

“이 나라는 실천하는 전문가를 필요로 합니다. 정치의 미숙아들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지금 산적해 있어요. 이벤트나 정치 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죠.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작은 역할이 있다고 믿습니다. 유권자들은 말꾼보다 지역에서 함께 호흡해 온 일꾼을 선택할 겁니다.”

이필재 월간중앙 정치개혁포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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