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FIAC,올해를 '한국화랑의 해'로 선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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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세계 3대 미술견본시의 하나로 국내에선 일부 큰 화랑들만 간헐적으로 참가해온 피악(FIAC.파리견본시)이 96년을 「한국화랑의 해」로 정해 참가 한국 화랑수를 대폭 늘리면서 화랑들이이에 참여하기 위해 물밑 작업을 벌이는 등 술렁 이고 있다.
오는 10월 파리에서 열리는 제23회 피악에 초청될 한국화랑은 8~10곳.
지난해 피악에는 프랑스의 주요 화랑 30여곳이 운영상의 문제를 이유로 불참해 반쪽짜리 전시회로 전락했었다.
게다가 심한 불경기로 현대작품 거래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인상주의 작품이 버젓이 전시되는 등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이같은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많은 한국화랑들은 스위스의 바젤아트페어와 함께 유럽 최대의 미술견본시인 피악에 참가하는 것이 화랑이나 작가를 세계 미술시장에 알릴 수있는 좋은 기회로 생각해 올해 피악 참여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과거 여러 미술견본시에 참가했던 갤러리현대.가나화랑등 규모가큰 화랑들뿐 아니라 인사동의 작은 화랑들까지도 들썩이고 있다.
일부 화랑들은 직접 피악 선정위원회(COFIAC)위원들과 개별적으로 접촉해 참가하려는 시도까지 한 것으로 알 려져 과열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또 국제미술견본시 참여작가라는 경력을 만들기 위해 작가들이 개별적으로 화랑들에 참가를 적극 요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피악이 이미 지난해 말 「한국화랑의 해」를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커미셔너 역할을 한국화랑협회에 맡겼음에도 협회가 프랑스 국내 화랑선정 시한을 넘긴 29일에서야 참가화랑 신청을 받는 등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공연히 과열을 부추겼다는 비난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
29일 참가신청 마감결과 모두 14개의 화랑이 접수해 화랑협회는 30일 이사회를 열어 선정 기준을 마련,최종 명단을 확정짓기로 했다.
한 미술관계자는 『화랑마다 4천여만원이나 되는 큰 경비를 들여서 국제미술견본시에 참가할 때는 화랑이나 작가에 대한 충분한홍보를 한다거나 아니면 판매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겠다는 뚜렷한목적을 갖고 있어야 한다』며 『이번 피악은 프 랑스 미술시장 불황타개책으로 한국미술시장을 끌어들이는 것 같은 인상이 강하므로 이렇게 참가에만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종합적인 측면에서 좀더 신중히 생각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국내에서는 갈팡질팡하는 사이 프랑스 현지 사정이 지난연말과 많이 달라져 한국이 모처럼 맞은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할까 우려하는 소리도 높다.
지난해 불참했던 프랑스의 주요 화랑들이 올해 모두 참가하기로해 부스가 지난 연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모자라게 된 것.
이렇게 되면 아직 참가화랑 명단을 보내지 않은 한국화랑이 당초 약속받았던 수보다 적은 화랑들이 참가하게 되거나 아니면 부스 크기.위치 등에서 「한국화랑의 해」로 누릴 수 있는 이점을전혀 못받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한편 이같은 과열양상과는 달리 외국작가의 전시를 활발히 해온국제화랑이나 갤러리서미는 비싼 경비를 들여서 이번 피악에 한번나간다고 해도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아예 참가 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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