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D-5] 각당이 분석한 수도권 109석 판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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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전은 시작됐다. 그러나 골인지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

수도권의 선거구 수는 109개. 전체 선거구의 45%다. 선거구가 많은 만큼 유권자들의 성향도 다양해 역대 총선에서 각 정당은 이곳의 선거 결과로 승패를 가늠해 왔다. 17대 총선도 예외가 아니다. 앞서가는 열린우리당이나 따라붙는 한나라당이나 승부처는 수도권이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지원유세 일정이 한 예다. 朴대표는 12일 하루(부산)를 빼고는 선거일까지 계속 수도권에 머물 예정이다.

수도권 선거는 그러나 예측하기가 어렵다. 역대 선거에서 승패가 쉽게 갈린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16대 총선 당시 97개 선거구 중 25개 선거구가 3000표 이내에서 승패가 갈렸다. 세 표차로 희비가 엇갈린 곳도 두곳(서울 동대문을.경기 광주)이나 된다.

탄핵안 가결 직후만 해도 여론조사 결과는 열린우리당의 싹쓸이를 예고했다. 하지만 선거전이 중반을 넘기면서 판세에 변화가 일고 있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 등의 변수까지 겹쳐 한나라당의 회복세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한나라당 윤여준 선대위 부본부장은 "전통적으로 수도권은 어느 한 당이 독식한 일이 없다"며 "탄핵 바람이 서서히 잦아들면서 유권자들의 견제심리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 심상대 정세분석팀장은 "수도권의 기류 자체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탄핵 이후 과도하게 부풀어 있던 거품이 빠지면서 한나라당과의 격차가 다소 좁혀지고 있다"고 인정했다.

한나라당은 자체 분석 결과 16곳이 안정권에 접어들었고, 40여곳에서 혼전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尹부본부장은 "서울 강남과 경기도 분당 등 이른바 강남벨트가 튼튼해지고 있고 종로.중구.용산 등 강북 일부 지역에서 열린우리당을 따라잡고 있다"며 "30석 정도는 가능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경기도에서도 현역의원 출마지역을 중심으로 호전 지역이 늘고 있다고 했다. 서울시지부 관계자는 "혼전 지역의 대부분은 한나라당 후보의 지지율이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어 시간이 갈수록 역전 지역이 늘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은 서울의 경우 48석 중 절반 이상인 25곳이 우세하다고 본다. 경기.인천은 서울보다 오히려 사정이 좋아 열세 지역이 6곳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수도권 109곳 중 최소 68곳에서 우위를 지키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의 이 같은 판세 분석은 탄핵 직후 수도권 전역을 휩쓸다시피 하던 기류와 차이가 있다. 경기 남부의 '농촌벨트' 일부가 열세 내지 혼전 지역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게 당측의 설명이다. 열린우리당 김영춘 의원은 "신인들이 한나라당 현역의원과 격돌하는 지역의 지지율 격차도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회복세를 보이며 열린우리당과 양강 구도를 형성하는 것과 달리 민주당의 회복세는 아직 더디다. 민주당은 우세 지역으로 서울 세곳(추미애.김성순.장성민 후보) 정도를 꼽고 있다. 그리고 안산 상록갑과 남양주갑 등 10여곳을 혼전 지역으로 분류했다. 민주노동당은 인천과 경기 각 한곳을 우세지역으로 꼽고 있다.

남은 기간 각 당은 선거 변수 관리에 온 신경을 쏟고 있다. 수도권의 경우 다른 어느 지역보다 변수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은 '탄핵 심판'의 분위기를 살려나가면서 '낡은 정치 대 새 정치'의 대결구도를 부각할 계획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거대여당 견제론을 집요하게 제기해 수도권 유권자들의 균형심리를 자극할 방침이다.

박승희.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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