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지구촌 차원 뉴딜정책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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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유엔이 1일(현지시간) 세계가 직면한 경제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구촌 차원의 새로운 뉴딜 정책이나 마셜 플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가와 식량가격 폭등, 금융시장 불안, 천재지변, 분쟁 등으로 인한 세계적 경제 불안을 줄이려면 경제적 안전망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뉴딜 정책은 미국에서 대공황이 터진 뒤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1933년 해결책으로 도입해 성공한 정책이다. 소비를 늘리고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공공지출을 대폭 늘리는 것이 골자다. 마셜 플랜은 조지 마셜 국무장관이 주도한 경제 지원책으로 제2차 세계대전으로 파괴된 유럽 경제를 되살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유엔은 이날 웹사이트(www.un.org/esa/policy/wess)에서 ‘경제적 불안 극복하기’라는 제목의 202쪽 분량의 ‘2008 경제·사회보고서’를 발표했다. 사쭈캉(沙祖康) 유엔 경제사회국 사무부총장은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10억 명의 사람들을 위해 세계적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00억 달러 기금 만들어야=보고서는 “선진국들은 가난한 나라들이 자연재해를 극복할 수 있도록 100억 달러(약 10조원) 규모의 기금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이 기금은 개발도상국에 재해가 발생할 경우 신속하고 자동적으로 지원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2000년 들어 자연재해가 1970년대보다 4배 이상 더 발생했다. 피해 규모도 한 해 평균 830억 달러로 70년대보다 7배 커졌다.

보고서는 “개발도상국이 외부의 경제적 충격을 받았을 때 국제통화기금(IMF)은 돈을 풀어 도와줘야 하며, 이때 긴축 재정 강요 등 조건을 달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선진국은 당초 약속했던 국민총생산(GDP)의 0.7%를 공적개발원조(ODA)로 내고, 지원받는 개도국의 경제개발 계획을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올 초 일부 나라에서 발생한 식량 폭동은 ‘개발의 사다리’ 밑바닥에 있는 국가들의 경제적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냈다”며 “이라크·짐바브웨·소말리아 등 35개국은 극심한 식량 위기로 국제사회의 도움을 긴급하게 필요로 한다”고 밝혔다.

◇국제 금융 규제해야=유엔은 또 국제 금융의 자유로운 움직임에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국제 금융이 자율적으로 규제된다는 생각은 20세기 말의 고정관념이며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밝혔다.

또 “미국발 금융 위기는 유가와 곡물가격 폭등과 결합돼 ‘퍼펙트 스톰(자체적으로는 약한 태풍 등이 다른 자연현상과 결합해 천재지변으로 발전하는 현상)’이 됐다”며 “국제 자본시장을 규제하기 위한 강력한 국제 공조와 규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유가 급등과 금융 위기 등은 가난한 나라뿐만 아니라 부자 나라에도 타격을 줬다”며 “소득 불균형 심화와 중산층 몰락, 복지제도 축소 등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개인과 가계, 국가가 급변하는 사회·경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사회적 계약’을 도입하라는 것이다.

호황과 불황을 오가는 경기 변동을 완화할 수 있는 거시경제 정책과 국제적 차원의 안전망과 함께 각국 사정에 맞는 경제·사회적 정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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