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문학이 흐르는 바이올린’ 김정민 국내 첫 독주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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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는 선율은 아름답지만, 들리지 않은 선율은 더 아름답다.”

바이올린 연주자 김정민(30)씨의 독주회를 찾은 청중이 팸플릿에서 읽게 될 첫 구절이다.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인 존 키츠의 작품으로 김씨가 직접 고른 대목이다.

6일 오후 3시 금호아트홀에서 국내 첫 독주회를 여는 김씨는 자신의 프로그램 노트를 직접 썼다. 대부분은 음악 해설가에게 맡기지만 그는 “프로그램에 연주자만의 생각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곡가 비버의 ‘파사칼리아 g단조’에 대한 그의 해설 한 대목을 보자. “기쁨과 고통과 영광을 묵상하는 곡들을 마무리하면서 희망을 노래하는 마지막의 G(사) 장조 화음은 어둠 속에 켜지는 작은 촛불처럼 아름답게 빛납니다.”

유려한 문체를 보여주는 김씨는 토마스 만, 니체, 도스토옙스키 등의 전집을 독파하고 시집을 탐독하는 문학 매니어다. “고등학교 졸업 전에 독일로 떠났어요. 유럽 문학의 매력을 알게 돼 대학에서 문학 수업을 청강하러 다니기도 했답니다.”

그가 음악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문학의 도움을 받은 경험은 각별했다. “쇤베르크의 ‘12음열’이 여간해서는 와닿지 않아 고생했는데, 토마스 만의 소설『파우스트 박사』에 나오는 대화체의 설명을 읽으며 무릎을 쳤어요.”

음악적 영감을 다른 분야의 예술에서 얻을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었다. 그렇게 문학의 진실함과 보편성에서 음악적 영감을 추구하고 얻으며 탐독이 시작됐다. 슈만을 연주할 때는 휄덜린, 슈베르트를 이해할 때는 릴케의 작품이 그에게 영감을 줬다고 한다. 주목받는 현대 작곡가 소피아 구바이둘리나(77)의 곡을 연주하면서는 시인 안나 아흐마토바의 작품을 떠올렸다.

“청중에게 이 두 예술 작품의 느낌을 전하고 싶었다”는 김씨는 “이번 독주회에서 문학과 음악의 만남을 시도하고 싶었는데 영상기기 사용, 번역 문제 등 때문에 포기했다”며 아쉬워했다.

현재 서울시향의 제1바이올린 수석인 김씨는 런던 필하모닉의 제2바이올린 부수석으로 선발돼 화제가 됐다. 이번 연주는 런던으로 떠나기 전 한국에서의 마지막 연주다. 바흐의 g단조 소나타, 비버의 파사칼리아 등 바로크 작품과 함께 김현민(42), 구바이둘리나 등 현대 음악을 골고루 넣었다. “연주와 함께 해설도 직접 하면서 청중이 작품을 진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울 거예요.” 당찬 30대 연주자의 ‘문학적’인 음악 해석이 기대된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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