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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 숨자 종교단체가 시위 주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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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진보 성향 종교단체가 미국산 쇠고기 반대시위의 중심에 나서고 있다.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지난달 30일 시국미사를 시작한 데 이어 개신교·불교계의 진보단체도 기자회견을 열고 집회를 예고했다.

정의구현사제단은 전날에 이어 1일에도 오후 7시부터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시국미사를 열었다. 미사에는 4000여 명(경찰 추산)이 참가했다. 사제단은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눈을 뜨게 하자”고 말했다. 사제단은 침묵행진을 제안했다. 이에 따라 오후 8시부터 참가자들은 구호를 외치지 않은 채 태평로-을지로 입구-시청 앞 광장 구간에서 거리행진을 벌였다. 오후 9시30분쯤 자진 해산했다. 행진 과정에서 길이 막힌 시민들과 일부 참가자 사이에 고성이 오가긴 했지만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사제단은 광장에 천막을 치고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지도부가 수배된 이후 현재 대책회의가 와해 상태”라며 “구심점이 없어진 시위대를 사제단이 이끌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개신교 단체도 이날 기자회견과 기도회를 열었다. 광우병 기독교대책회의는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경찰의 폭력진압에 항의하는 회견을 열고 청와대에 전달할 항의서한을 발표했다. 목사와 신도 50여 명이 참석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정의평화위원회 소속 10여 명도 전날에 이어 청와대 앞에서 ‘재협상 요구 및 정부 고시·경찰 강경대응 반대’ 침묵기도회를 개최했다.

NCCK와 한국기독교장로회 등 진보 성향의 개신교단체는 3일 오후 7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시국기도회를 연다. NCCK 측은 “이번 주를 ‘기독교 행동주간’으로 정하고 실질적인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현시점에서 공권력의 과잉을 규탄하고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을 촉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5일 오후 7시엔 시청 앞 광장에서 ‘1000인 기독인 합창단’이 쇠고기 반대집회에 참가한다.

NCCK는 세계교회협의회(WCC)의 한국 가맹단체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함께 개신교계를 양분하고 있다. 한기총이 보수 성향 교단의 집합체인 데 반해 NCCK는 상대적으로 진보 성향의 교파가 결집한 단체다.

불교계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국법회 추진위원회(공동위원장 수경)는 1일 조계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일 오후 6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국민주권 수호와 권력의 참회를 촉구하는 시국법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시국법회는 진보 성향의 실천불교전국승가회가 주도한다. 승가회는 지난달 30일 정의구현사제단 미사(신도 2400여 명) 때보다 많은 수의 신도가 모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승가회 관계자는 “시국법회가 조계종의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불교계의 전반적인 정서를 대변한 것”이라며 “최근 국토해양부 대중교통 정보 시스템에서 사찰 이름이 삭제된 것을 비롯해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만이 불교계에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이날 국무회의 뒤 조계종 총무원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입구를 시국법회 추진위 측이 막아서 방문을 취소했다.

종교·교육·여성계 등 각계 인사 32명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거짓말을 한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촛불집회를 폭력진압한 어청수 경찰청장과 정부·여당 인사들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촛불집회 참여자들은 앞으로도 비폭력, 평화의 정신을 더욱 굳건히 지켜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기자회견엔 김상근 목사, 수경 스님,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 여성계 박영숙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최열 환경재단 대표 등이 참석했다.

민주노총은 2일 두 시간 부분파업에 돌입하기로 했으며, 3일부터 5일까지 조합원을 동원해 시위에 조직적으로 참가할 계획이다.

이충형·이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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