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곳 같은 패스, 번개 같은 돌파 … 유로 2008 ‘작은 거인들’매웠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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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키,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4년마다 돌아오는 유럽의 축제 유로2008이 지난달 30일 스페인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키 작은 스페인이 독일의 허를 찔렀다”는 제목 아래 스페인의 우승 소식을 전했다.

올해 유로2008에서는 유난히 단신들의 고군분투가 눈에 띄었다. ‘단신국’ 스페인이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득점왕은 러시아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이번 대회 총 네 골을 넣은 다비드 비야(스페인·1m75㎝)가 차지했다. 유로 2008에서 득점을 기록한 50명의 선수 중 신장 1m75㎝ 이하의 선수가 12명이다. 비야를 비롯해 안드레이 아르샤빈(러시아·1m72㎝), 루카스 포돌스키(독일·1m75㎝) 등은 신장 1m80㎝ 이상의 선수들이 즐비한 유로 무대에서 자신들의 존재가치를 증명했다. 또 후반 45분 결승골을 터뜨리며 독일의 결승행을 이끈 필리프 람(1m70㎝), 조별리그 체코전에서 0-2로 내몰리던 상황에서 연이어 두 골을 기록해 터키를 8강으로 이끈 니하트 카베지(1m75㎝)도 유로2008을 지켜본 팬들을 열광케 했다.

이쯤 되면 ‘키 작은 선수들이 축구를 하는 데 있어 유리한 점이 있나 보다’하고 생각할 만도 하지만 대한축구협회 김동기 기술위원은 이 같은 예단을 일축했다. 그는 “그라운드에서 키가 작다는 점은 유리할 것이 전혀 없다. 이 선수들은 자신들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 특기를 계발한 케이스다”며 “볼 키핑력·스피드·지구력 등 각자가 지닌 장점 외 이들의 공통점은 빠른 플레이를 통해 장신 선수들 중 다소 무디다고 여겨지는 선수들 사이를 공격한다는 점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소 키가 작은 한국이 앞으로 지향해야 할 모델이 바로 스페인이다. 물론 개인기·체격 등의 변수는 있지만 앞으로 세계 무대 성공을 위해서는 스페인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온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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