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군부>8.사병들의 군생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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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하전사(사병)들의 일과는 일반 내무생활과 군사훈련 외에 강도높은 정치학습.사상교양 시간이 편성돼 있는 점이 특징적이다.
기본 일과는 기상.아침운동.세면및 청소.시사보도 청취(혹은 김일성저작.신문 독보회).대열검사.아침식사.오전상학(上學.강의).중식.오후상학.조준연습 및 무기청소.석식 및 분대생활 총화.군중문화시간.중대장 일일총화.저녁점검.취침 등으 로 짜여져 있다. 중대 사관장이 집행하는 대열검사는 복장.이발.위생관리.
건강상태 등을 검사하는 것이고 총화는 우리의 「점호」와 비슷한성격으로 사병들의 하루생활을 결산하며 자기비판.상호비판을 하는시간이다.군중문화시간은 군가배우기.영화감상 혹은 노 래자랑 등을 한다.겨울에는 아침운동 시간에 땔감채취 등 노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농사철에는 하전사들이 상학시간을 이용,노동에 참가한다. 하전사들은 70년대부터 누구나 인민군 5대 방침과 10대준수사항을 암기하도록 돼있다.5대방침은▶강의(剛毅)한 혁명정신▶기묘하고 영활한 전술▶무쇠같은 체력▶백발백중의 사격술▶강철같은 규율 등이다.
10대 준수사항에는▶언제나 자기의 무기에 정통하며 잘 관리한다▶어떠한 조건아래서든지 군사명령을 어김없이 집행한다 등이 포함돼 있다.또 군인들이 민폐를 끼쳐 부대 인근 주민들에게 원성을 사는 일이 잦아 『인민들을 사랑하며 그들의 재 산을 털끝만큼도 다치지 않는다』는 내용도 있다.급식보급제는 정량제로 돼 있으며 계급.군종.특과.직무별로 식량공급 규정량을 1호부터 17호까지 구분,적용하고 있다.부식물중 고기.채소 등은 각 부대부업농장에서 생산,자체 충족하게 돼있 다.그러나 실제 급식사정은 대단히 나쁜 것으로 알려져 있다.귀순자들은 「폭탄밥」(움푹팬 밥)에 「염장무」(무절임).「나이롱탕」(고기를 찾기 어려운고깃국)이 기본이라고 전한다.
귀순자 임영선씨는 군사건설국에 근무하던 87년 영양실조 환자23명을 호송한 적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강동19호 병원에는 1백여명의 영양실조 환자들이 있더라는 것이다.가벼운 영양실조 환자는 한달간 연대 군의소로 보내 돼지고기.계란 등을 먹인 뒤자대로 복귀시키는게 일반적이다.회복되지 않은 환자는 제대시킨다. 귀순자 박수현씨는 친동생이 92년3월 영양실조로 결핵이 생겨 제대당했다고 전한다.하전사들 가운데 이런 환자가 느는 것은일단 식량부족 사태 때문이다.경작지가 부족한 북한에서 1백만 대군에게 식량 대기란 보통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보다 심각한 것은 군내부의 부패가 군수보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사실이다.김정일이 최근 군의 부패 척결에 나섰다는 정보가있는데 군의 부패 척결없이는 군의 사기를 높일 수 없는 상황에와 있기 때문이다.
한편 하전사들은 규정상 1년 1회 14일의 휴가를 얻을 수 있다.그러나 실제론 전체 복무중 한차례의 휴가가 있을 뿐이다.
다만 직계가족 사망시 특별휴가,전투유공자에게 표창휴가를 주고 있다.그래서 「부친 위독」이란 거짓말 편지를 보내 달라고 부탁하는 등 휴가를 둘러싼 부조리(뇌물)가 심심찮게 발생한다고 귀순자들은 전한다.
유영구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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