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의대 교수는 자리 지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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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초읽기에 들어간 한의대생 유급사태를 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안타깝기 짝이 없다.길게는 20년,짧게는 지난 3년간 치열하게 진행된 한.약논쟁이라는 업종간 힘겨루기에서 어째서 한의대생들만볼모가 되어 유급사태로 몰리는가 하는 안타까움이 다.사태가 이토록 어렵게 되도록 정부는 무엇을 했고,한.약업계는 어떤 성실한 해결노력을 보였는지 다시금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94년 정부.한.의약 3자가 모여 합의도출한게 개정 약사법이다.그러나 법 해석이 각기 다르다.96학년부터 한약학과를설치하되 한의대와 약대가 함께 있는 대학의 약대안에 한약학과설치는 당연하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약사는 한약 을 조제할 수없다는 개정약사법 정신에 정면 위배된다고 맞서는 주장이 있다.
법에 문제가 있다면 당시에 거론했어야 옳고,사후에 법 운용상 문제 제기가 되었다면 관련 업계가 서둘러 해결에 나섰어야 했다.그러나 당시 법을 만든 3자는 뒷 전이고,학생들만 나서서 유급사태에까지 몰리고 있으니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것이다.
여기에 한의대교수들이 집단사표를 내면서 사태를 더욱 급박하게만들고 있다.물론 유급사태에 이르기까지 『교수로서의 책임과 지도력에 한계를 느낀다』는 한의대교수들의 답답한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나 현실적으로는 오히려 학생들을 자극할 위험이 있다.
업종간 분쟁이란 정부와 해당업종간의 타협과 양보로 푸는게 순리다.학문에 전념해야할 교수와 학생들이 사표와 유급투쟁으로 문제를 풀려는 방식은 교육적 차원에서나,사회적 통념으로서도 쉽게이해하기 어렵다.
이제 다시 정부는 한.의약업계와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푸는 적극적 노력을 보여야 한다.뒷짐지고 방치하니 교수와 학생들이 나선 것이다.수업일수만 늘려 유급사태를 유보하는 방식은 지나치게 소극적인 자세고 원천적인 해결방식이 아니다.교 수와 학생들도 연구자로서의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현실의 문제는 업계 대표와 정부의 조정에 맡겨야 한다.특히 한의대교수들은 한의학을 더욱 육성.발전시키기 위해서도 제자리를 굳게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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