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헷갈리는 시그널 … ‘결단의 리더십’ 아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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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명박(얼굴) 대통령과 청와대가 쇠고기 시위의 수렁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쇠고기 파동으로 인한 정국 표류가 2개월째 지속되고 있지만 청와대는 이렇다 할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채 속수무책의 상황에 빠져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청와대는 최근에야 “7월부터는 취임 초의 초심(初心)으로 돌아가 다시 뛰는 모습을 보일 것” “민생과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본격적 국정 챙기기에 나설 것” 등의 각오를 다졌다. 이 대통령은 충북 지역의 민생 현장으로 향한다. 정부는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 발표를 통해 물가안정·민생안정·일자리 창출·성장잠재력 확충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다. 국정수습책이 이번 주부터 가동될 것이라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하지만 그동안 국정을 주도해야 할 이 대통령의 공개 발언은 현저하게 줄었고, 노출 빈도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첨예한 시위 국면에서 대통령은 뒤로 빠져 전체를 조율하고, 총리와 내각이 앞장서 문제를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청와대 내부 논리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사의를 표명한 총리와, 쇠고기 협상 책임을 졌던 장관들이 전면에 나선 대국민 설득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의문”이라는 얘기가 여권 내부에서 제기된다.

서울시 관계자들이 30일 연이은 촛불집회로 훼손된 서울광장 잔디를 교체하고 있다. 이영규 인턴기자

게다가 정부 대응은 일관된 목소리를 유지하지도 못했다.

이 대통령이 19일 대국민담화에서 “촛불 행렬을 보며 나 자신을 자책했다”고 말했지만, 정부는 며칠 만에 ‘촛불 강경대처’로 선회했다. 22일엔 당·정이 쇠고기 장관고시를 “서두르지 않겠다”고 했다가 하루 만에 ‘조기 게재’로 입장을 바꿔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과정을 겪으며 국민의 불신은 깊어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국민이 불법 시위에 대해 부정적이면서도 정부 편에 선뜻 동조하지 못하는 것은 정부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정부에 대한 불신을 씻을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현우 서강대 교수(정치학)는 “대통령이 일관된 모습을 보여 신뢰감을 회복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개각이 늦어지는 데 따른 문제점도 지적된다. 지난달 10일 한승수 국무총리와 장관 전원이 사의를 표명한 지 20일이 넘었지만 개각은 윤곽조차 잡히지 않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만큼 국정공백을 줄이려면 국회 개원 전망이 뚜렷해야 개각 방향을 밝힐 수 있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지난달 20일 청와대 개편 때와 마찬가지로 시기를 질질 끌면서 쇄신의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30일 현 경제위기와 관련, “국난적 상황에 가까이 가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며 “IMF 사태는 외부적 요건뿐 아니라 내생적·구조적 모순이 폭발한 것이지만 외생적 요건으로 이렇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위기를 극복하려면 대통령의 흔들리지 않는 리더십이 필수적이란 주장이 나온다.

가상준 단국대 교수(정외과)는 “현 정부가 대선 때 500만 표 차의 승리를 절대적 지지로 보고, 반대 세력의 초기 저항이 클 것이란 예상을 못했던 것 같다”며 “초반의 강한 저항(쇠고기 파문)에 대해 당황하고, 왔다갔다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해석했다. 그는 “앞으론 공기업 민영화 등 과거부터 말해 왔던 정책을 적극적으로 실행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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