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타고 국토대장정 꿈 이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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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순례 대장정에 참가한 이종민(左)씨를 이요한 목원대 총장이 격려하고 있다. [목원대 제공]

지난 달 29일 오후 전남 해남 땅끝마을. 장맛비가 내리는 가운데 목원대 학생 150여 명이 국토순례 대장정에 나섰다.

국토에 아름다운 발자취를 남기겠다며 출발한 이들은 351㎞를 걸어 11일 대전에 도착한다. 순례단에는 휠체어를 탄 이종민(사회복지학과 3년)씨도 동참했다.

지체장애 2급 장애우인 이씨는 휠체어가 없이는 이동이 어렵다. 그런 그가 대장정에 나선 것은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이씨는 “대학에 입학한 뒤 가장 부러운 게 국토대장정에 참가한 학생이었다”며 “졸업하기 전 꼭 한 번 참가하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씨의 국토대장정 참여는 쉽지 않았다. 국토대장정 참여를 위해서는 일정기준의 체력은 필수. 일반 학생도 체력검사를 통과하지 못해 탈락했다. 이씨 역시 탈락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면접관에게 “할 수 있다”며 도전정신과 나눔의 실천의지를 피력해 순례에 참가할 수 있었다.

이씨는 면접과정에서 ‘동료 학생들의 도움을 거절하지 않는다’는 조건도 받아들였다. 이씨는 “내가 한 약속은 학생들을 어렵고 귀찮게 하는 것인데도 순례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락해 준 동료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순례단 참여 학생들은 대장정 기간 조별로 이씨를 돕고 있다.

순례는 단순한 걷기 이외에 각 지역의 문화유적지를 답사하고 사회복지시설에서 봉사활동도 벌인다.

출정식에는 이요한 총장과 대학 노동조합 간부 10여 명이 동참, 하루 동안 같이 걸었다. 목원대 직원들도 각 부서별로 순례에 동참해 학생들을 응원한다. 국토 대장정 참가자 전원에게는 사회봉사 2학점과 소정의 장학금(완주자)이 지급된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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