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연승 롯데 "3년 꼴찌팀 맞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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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동점이던 9회말 롯데 공격. 선두 박기혁이 외야 플라이로 물러났다. 연장전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러나 롯데의 새로운 희망 정수근이 좌전안타로 포문을 열었다. 8000여 부산팬들은 약속이나 한 듯 모두 일어섰다. 그리고 신문지를 흔들며 '부산 갈매기'를 힘차게 불렀다.

조성환의 희생번트가 내야안타가 되면서 1사 1, 2루의 기회. 다음 타자인 손인호가 외야플라이로 아웃되면서 투아웃 상황, 4번타자 페레즈가 타석에 들어섰다. 페레즈는 두산 투수 구자운의 두번째 공을 받아쳤다. 우중간을 가르는 끝내기 안타. 타구가 하늘을 나는 순간 2루 주자 정수근은 이미 홈 가까이 와 있었다. 사직구장은 용광로 같은 열기와 환호로 뒤덮였다.

롯데가 8일 두산에 7-6으로 역전승, 홈 3연전을 싹쓸이하며 4승1패로 단독선두에 올랐다. 롯데가 정규시즌(1999년 양대 리그 제외)에서 단독 1위에 오른 것은 90년 5월 23일 이후 13년10개월 만이다. 계속 최하위에 머물던 지난 3년과는 분명 달라졌다. 롯데는 2회 초 두산에 4점을 내줬다. 이전 같으면 포기할 상황이었다. 그러나 4회 김주찬.김대익.최기문의 연속 3안타로 3-4로 추격했고, 5회 김주찬의 2타점 3루타로 5-4로 역전했다. 5-6으로 뒤지던 8회에는 이대호의 동점 솔로홈런으로 끈질기게 추격하더니 끝내 승리를 이끌어냈다.

광주 경기에서는 혜성처럼 나타난 삼성의 6년차 투수 권오준(24)이 '막강'으로 불리는 기아를 상대로 프로데뷔 첫 승리를 따냈다. 권오준은 8이닝 동안 4안타.1실점으로 호투했다. 5년간 수술과 재활, 현역 군 복무 등 숱한 좌절을 겪었던 그는 "6년 만의 첫 승이 너무 기쁘다. 어머니가 광주까지 오셔서 응원해 주셨다. 자신감을 키워준 선동열 코치, 최고의 리드를 해준 진갑용(포수)선배, 같은 사이드암으로 조언을 많이 해준 룸메이트 김현욱 선배가 오늘 승리를 만들어 줬다"며 기뻐했다.

삼성 박종호는 1회초 첫 타석에서 좌익선상 2루타를 때려 28경기 연속안타로 국내 프로야구 최고기록(롯데 박정태.31경기)에 세경기 차로 다가섰다.

광주=이태일 기자, 부산=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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