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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수렁 속 ‘깜짝 실적’피어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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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시장 전망은 미래 주가를 예상하는 것이지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건 결국 현재 주가다. 증권가의 7월 시장 전망이 비관론으로 기운 건 이 때문이다. 지칠 줄 모르는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에 다시 불거진 미국발 신용위기라는 대형 악재로 낙관론이 설 자리가 좁아졌다.

하지만 남들과 똑같이 보고, 행동해서는 투자에 성공하기 어렵다. 불거진 악재에 가려져 있는 미래의 가능성을 찾아내 길목을 지켜야 성공의 확률이 커진다. 본지가 13개 증권사에 설문한 결과 7월 반등의 계기는 2분기 기업 실적이 될 거란 전망이 많았다. 실적이 좋아질 공산이 크면서도 주가가 많이 빠진 종목이 추천 대상에 많이 올랐다.

◇시장을 짓누르는 악재=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국제유가가 첫손을 꼽는다.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정보파트장은 “3일로 예정된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운영회의에서 금리가 인상될 공산이 크다”며 “ECB가 금리를 올리면 유럽과 미국의 금리 차가 더 벌어져 달러 값이 추락하고, 이는 다시 원유 투기를 자극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국제유가가 안 떨어지면 기름을 수입해야 하는 신흥시장 국가의 국제수지 적자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신흥시장 통화의 약세를 불러 외국인의 신흥시장 주식 팔자를 부채질하는 요인이 된다. 대신증권 성진경 시장전략팀장은 “신흥시장 위험이 커지고 있어 외국인 매도 공세가 지속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세계 각국의 긴축정책도 증시엔 악재다. 동양증권 서명석 리서치센터장은 “7월에 발표될 미국 투자은행의 실적도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잠복한 호재=9일 LG디스플레이를 시작으로 상장회사의 2분기 실적 발표가 이어진다. 증권가의 전망은 밝다. 특히 상반기 환율 상승의 혜택을 입은 정보기술(IT)·자동차와 제품가격을 올린 철강·화학 업종은 ‘깜짝’ 실적을 낼 공산이 크다.

하나대투증권 양경식 투자전략부장은 “실적에 비해 국내 기업 주가가 과도하게 빠졌다”고 평가했다. 대우증권 김성주 투자분석파트장은 “여전히 국내시장에선 부동산이나 채권보다 주식의 매력이 큰 상태”라며 “외국인이 팔더라도 국내 주식형 펀드의 매수 여력이 커 수급이 악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제유가가 하반기에는 하락세로 돌아설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투자전략팀장은 “세계 경기 침체로 원유 수요가 줄어들면 유가 오름세도 꺾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널뛰기 장세 예상=악재와 호재가 힘겨루기를 하는 국면에선 재료에 따라 주가가 급등락할 때가 많다. 투자심리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작은 악재에도 팔자가 쏟아지다가 갑자기 사자로 쏠리기도 한다. 이 때문에 섣부른 뇌동매매는 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 조언이다. 추천종목으론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IT와 자동차가 가장 많이 꼽혔다. 최근 주가도 많이 떨어진 상태여서 가격 메리트도 부각됐다. 원자재 값 상승을 제품 가격에 전가할 수 있는 철강·화학이나 경기에 비탄력적인 음식료 업종도 많이 추천됐다.

정경민·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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