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단단한 각오 필요한 中企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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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새해들어 정부가 중소기업청을 신설키로 했다.동기야 어떻든 이를 환영하는 분위기다.특히 필자는 감회가 깊다.6공화국 초기 행정개혁위원으로 일할 때 하나의 국(局)으로 있던 중소기업지원체제를 청(廳)으로 확대개편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 장했으나 그당시로선 세불리(勢不利)해 이를 달성하지 못했다.
그때는 업계에서도 이를 반대했는데 정부기구가 확대되면 그만큼규제와 간섭이 더 심해져 중소기업들에 득(得)보다는 실(失)이많으리란 우려 때문이었다.새로이 발족될 중소기업청은 오늘에도 이같은 업계의 주장이 상당히 일리가 있음을 깊 이 깨닫고 명실공히 중소기업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이 우리경제에서 갖는 의미는 너무나 크다.우선 수많은일자리를 제공하고 국민총생산(GNP)의 증가에 기여함은 물론 대다수의 부품이 중소기업에 의해 생산되고 있다.훌륭한 부품의 생산없이 훌륭한 완제품이 어렵고 따라서 수출이 이들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이처럼 중소기업이중요하기 때문에 미국.일본.캐나다.프랑스등 선진제국도 벌써부터독립된 중소기업청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모처럼의 새 기구가 하필이면 선거의 해에 신설됨으로 인해 자칫하면 선거용이라는 의심을 받을 가능성도 많다.따라서 정부는 신설되는 중소기업청이 중소기업을 위해 꼭 필요한 기구가되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이를 위해서는 지금 까지의 중소기업정책을 근원에서부터 재조명해볼 필요가 있다.솔직히 지금까지는중소기업을 근원적으로 지원했다기 보다는 일시적.전시적으로 지원한 감이 없지 않다.중소기업이 당면한 자금.기술.인력문제 등에대처함에 있어 부도직전의 자금지원 ,단기간의 경영및 기술인력 양성,외국근로인력의 한시적 활용 허가 등등이 과연 얼마만큼 어려움에 처한 중소기업의 항구적인 생존과 발전에 기여할 수 있겠는가. 자금난은 그 주된 원인이 판매부진에 있고,판매의 부진은제품의 가격과 질이 충분히 경쟁적이지 못한 데 기인한다.따라서경쟁력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중소기업의 자활(自活)능력을지원하되 이를 위해 철저하고 포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을 그 결실이 확실히 나타날 때까지 해야 한다.기술.전문경영지식.마케팅능력 등을 확실하게 지원.해결하지 않고서는 한번 부도의 위험에까지 갔던 중소기업은 다시 똑같은 위험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근원적인 접근방법의 하나로 생각나는 것은 지난해 부도를 낸 중소기업들을 그 원인에 따라 유형별로 분류하고 각각의 유형에 따른 해결방안을 중소기업인.학자.정부가 머리를 맞대어 마련하고이를 먼저 소규모의 비슷한 상황에 있는 중소기업 에 일정기간 시험적용해본 뒤 그 결과를 토대로 완벽한 방안을 만들어 이를 정부.학계.연구소.대기업 등과 공동으로 지원하는 체계를 만드는것이 하나의 방안이 아닐까 한다.
현재 부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많은 중소기업은 업종을 잘못 선택했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노동집약적인 신발.섬유 등 소위 경쟁력을 급격히 잃어가고 있는 산업에 아직도 수많은 중소기업이 고집스럽게 구조적인 자구(自救)노력도 없이 집착하고 있다.이 점에 대해 정부는 다소 인기가 없고 상당한 저항이 있더라도 과감히 이들에게 업종 전환,혹은 제품의 획기적 개선을 강력하게 유도해야 한다.이를 위해 새로운 업종으로 전업(轉業)하는중소기업이 선택할 수 있도록 보다 많은 정보와 두뇌와 자원을 가진 정부가 유망한 품목을 발굴,제시해주어야 한다.
정부는 새롭게 태어나는 중소기업청에 강력한 새 결의가 없는 한 오히려 규제와 간섭만 심해져 득보다 실이 많게 된다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겸허히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필자약력▷58세▷서울대 정치학과졸▷미국조지워싱턴대 경제학박사▷세계은행 유럽및 중동지역 경제조사관▷KDI연구조정실장▷총리실 5,3행정조정관▷산업연구원장▷생산성본부회장▷경희대교수(현)文熙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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