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성인드라마 방영 추진 "까치까치 설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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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EBS가 개국 5년만에 처음으로 성인용 드라마를 방송한다.
설연휴기간인 다음달 19일 저녁6시15분부터 50분간 방송할『까치까치 설날』.현대인들이 잊고 사는 효 정신을 되살리는 휴먼드라마다.설날 제사를 팽개치고 스키장을 찾는 30대 회사원 부부를 부모의 혼백이 혼내준다는 내용으로 『크리 스마스 캐럴』을 연상시키는 코믹터치풍 우화다.EBS는 또 3월초부터 중.고생 대상 드라마 『우리는 와이틴(가제)』도 신설,고정방송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지난 5년간 국민학생용 교육드라마 『언재나 푸른 마음』(토요일 오후5시50분)외에는 드라마를 한편도 방송한 적이 없는 EBS가 본격 성인용 드라마 제작에 나서는 이유는 간단하다.
무엇보다 「학생들만 보는 채널」로 여겨지고 있는 낮은 채널 인지도를 드라마같은 성인용 프로를 통해 높여보겠다는 전략 때문이다.지난해 EBS가 전국 6천8백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국교생프로는 10%이상의 평균시청률을 보였으나 중.고생프로는 2~7.1%,성인프로는 대부분 2%이하의 낮은 시청률을 보여 일반방송에 비해 인지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지적됐다.
박흥수 EBS 원장은 『단순한 어린이.학교중심 방송에서 성인도 즐겨 보고 배울 수 있는 사회교육 방송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이번 드라마 제작 선언은 딱딱한 학습채널 이미지를 벗고 재미와 교양을 함께 원하는 시청자의 요구를 수용하려는 EBS의 「체질개선」 움직임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물론 드라마라고 해도 오락이 아닌 교육이 주제인만큼 EBS의작품들은 방송3사와는 내용.규모면에서 분위기가 다를 수밖에 없다.교육전문채널의 특성상 인기탤런트보다 조역급및 아역배우들이 주로 캐스팅된다는 점이 특징이며 제작비도 편당 수천만원씩 들어가는 타방송사 드라마와 달리 『언제나…』의 경우 편당 2백만원,성인극인 『까치까치…』도 1천1백만원선으로 낮은 편이다.
그러나 EBS측은 제작비의 경중보다 작품의 질과 재미가 성인시청자를 끌어들이는 열쇠라고 보고 있다.
『까치까치…』의 경우 딱딱한 접근을 피하고 우화적인 접근을 취했으며 임권택 감독 밑에서 영화수업을 한뒤 15년째 드라마 스타일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온 안택근 PD에게 연출을 맡겨 재미있는 드라마를 기대하게 하고 있다.안PD는 『교육이 목적이지만 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시청자들이 거부감을 갖는 만큼 철저히 드라마적인 묘사로 자연스런 몰입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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