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욕구에서 해방되려면 행복한 생각을 떠올려라

중앙일보

입력

담배를 끊고 싶은가? 다음 번에 라이터를 켜고 싶은 충동이 일 때는 흰 담배 연기의 덧없는 즐거움 대신에 흰 눈이 덮인 산꼭대기를 생각하라. 행복한 생각을 하면 욕구를 약화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뉴저지주 뉴아크 럿거스대 인지 신경학자 마우리치오 델가도 교수와 뉴욕대 엘리자베스 펠프스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15명의 피실험자가 간단한 게임을 할 때 대뇌에는 어떤 활동이 벌어지는지를 조사했다.

연구팀은 피실험자들에게 파랑색 카드는 4달러의 상금을 주고, 노랑색 카드는 한푼도 못 받는 것으로 생각하라고 일러두었다. 잠재적 편견을 없애기 위해 피실험자의 절반에 해당하는 사람에게 대해서는 색깔 지정을 서로 바꾸도록 했다.

노랑색 카드나 파랑색 카드가 컴퓨터 스크린에 뜨기 전에 피실험자들은 상금에 대해 관심을 집중하거나 또는 마음을 평온하게 하는 자연 대상, 가령 푸른 바다 같은 것을 떠올리라는 지시를 받는다.

델가도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피실험자들의 손가락마다 전극을 부착해 이들의 흥분 정도를 측정한다. 흥분하면 땀이 나기 때문에 피부의 전기적 활동에도 변화가 오기 때문이다. 카드에 4달러의 상금이 없을 때는 피실험자는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느냐와는 상관 없이 심적 동요를 일으키지 않았다.

하지만 파랑색 카드가 컴퓨터 화면에 뜨고 상금이 지급되자 상금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피실험자는 바다, 하늘 등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는 어떤 대상을 생각한 사람보다 더 높은 흥분 상태를 보였다. 피실험자들에게 노랑색 카드가 나오면 상금을 준다고 했을 때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뇌기능자기공명영상(fMRI) 스캐너로 조사한 결과 구름이나 바다에 대한 생각은 돈을 생각할 때보다 대뇌의 보상 센터(striatum)의 활동이 약화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과자 굽는 냄새를 애써 외면하는 아이나, 담배를 끊었는데도 술집에만 가면 담배를 피우고 싶어 근질거리는 사람이나 상관없이 우리는 모두 충동적 욕구와 맞서 싸우고 있다. 정상인이라면 누구나 그렇다.

델가도 교수는 “약물이나 도박, 알콜 중독은 욕구를 애써 외면하면 더욱 악화될 따름”이라며 “인지적 통제만이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당장 몇푼의 돈을 따는 행운에 대한 유혹을 달래는 것보다 중독에서 벗어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다지는 게 더 어렵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대뇌의 변덕스러움에 굴복하게 마련이다. 그렇지 않다면 다이어트 중인데도 초콜릿 케익을 먹을 이유가 없다.
중독성이 강한 인지적 통제를 효과있게 구사하려면 솜털같이 가벼운 구름만 떠올려서는 안될 지도 모른다. 델가도 교수는 “가족이나 연인을 생각하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네이처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최신호에 실렸다.

이장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