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윤영하, 한상국, 조천형 … 6년만에 마침내 영웅이 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고 윤영하 소령, 고 한상국·조천형·황도현·서후원 중사, 그리고 고 박동혁 병장… 자신의 몸을 불태워 NLL(북방한계선)을 지켜낸 6인 용사의 넋을 기릴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29일 오전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 내 ‘제2연평해전 전적비’ 앞. 의족을 한 채 경과 보고를 하는 이희완(해사 54기) 대위의 목소리는 떨렸다. 그는 “적의 포탄이 쏟아지는 가운데 함교에서 태산같이 버티며 반격을 지휘하던 윤 소령이 전사한 뒤 부장인 저는 포탄 파편에 왼쪽 다리뼈가 으스러지고, 오른쪽 다리를 관통당한 채 지휘했다”며 당시 전사한 전우들의 활동 보고서를 읽어 내려갔다.

“함포 사수 고 조천형 중사와 고 황도현 중사는 적의 포탄에 명중돼 경비정이 화염에 싸인 극한 상황에도 끝까지 응사하다 장렬히 산화했고, M-60 기관총 사수였던 고 서후원 중사도 마지막 순간까지 방아쇠를 놓지 않았으며, 의무병 고 박동혁 병장은 적 탄환이 오른팔을 관통한 상황에도 쓰러진 동료를 대신해 기관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이 대위는 “조타장 고 한상국 중사의 시신을 찾지 못하던 중 실종 41일 만에 바다 속의 참수리-357호정에서 타기(배의 방향을 조정하는 키)를 놓지 않은 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시체를 인양했다”고 말하는 대목에선 울먹이기도 했다.

북한 경비정의 기습공격으로 해군 장병 6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2연평해전 기념식이 6년 만에 정부(국가보훈처)가 주관하는 행사로 격상돼 열렸다.

제2연평해전은 2002년 6월 29일 서해 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 2척이 해군의 참수리-357호를 공격해 일어났다. 당시 357호정은 “선제 공격하지 말라”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북한 경비정을 경고방송과 대응기동으로만 막다가 기습 공격을 받아 침몰했다. 그 결과 고 윤영하 소령 등 6명이 전사하고 18명이 부상했다.

제2연평해전 기념식은 그동안 해군 2함대사령부가 행사를 주관해오다 올해 처음으로 정부기념행사가 됐다.

한승수 총리는 기념사에서 “우리는 제2연평해전의 의미를 올바로 평가하지도 못했고 변변한 추도행사도 없이 외롭게 여섯 분의 영웅을 떠나보냈다”며 “대한민국은 조국을 위해 꽃다운 목숨을 바친 그들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에는 이상희 국방부 장관과 김태영 합참의장, 육·해·공군 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와 김문수 경기지사,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 등 4당 대표, 희생자 유가족, 해군 장병 등 1500명이 참석했다.

고 한상국 중사의 부인으로, 지난 정부에서 제2연평해전 희생자를 홀대하자 실망해 미국으로 갔다가 최근 귀국한 김종선(36)씨는 “남편이 명예를 회복해 행복하다”고 말했다.

평택=김민석 군사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