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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인호 '사직의 봄' 전령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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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규칙에 대한 퀴즈 하나. "누상의 주자가 타자가 친 공에 맞으면 어떻게 될까."

야구를 웬만큼 아는 사람이라면 너무 쉽다고 생각할 것이다. 답은 '아웃'이다.

이번에는 난이도가 조금 더 높은 문제. "그럼 주자를 맞힌 타구를 친 타자에겐 어떤 기록이 주어질까."

땅볼일까, 수비실책일까, 그것도 아니면 안타일까. 답은 롯데 외야수 손인호(29.사진)에게 물어보면 된다.

지난 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두산전에서 일어난 일이다. 1회 말 무사 1, 2루 찬스에서 3번 타자 손인호의 2루수 앞 땅볼 타구에 1루 주자 조성환이 맞았다. 병살타는 피할 수 있을 정도의 느린 타구였기에 롯데 벤치는 조성환의 엉성한 주루 플레이에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

행운과 불운의 중요한 갈림길에서 행운의 여신은 롯데의 손을 들어줬다. 평범한 내야땅볼을 친 손인호는 죽지않고 살아난 데다 안타까지 덤으로 얻었다. 야구 규칙에 따르면 주자가 타구에 맞는 순간 주자는 자동으로 아웃되고, 볼데드(ball dead)가 선언되면서 타구는 안타로 기록된다. 과거 노히트 노런을 당하던 팀에서 막판에 일부러 주자가 공에 맞아 대기록을 깨는 경우도 있었다. 손인호는 이대호의 2타점 2루타로 홈인, 득점까지 올렸다.

한 번의 행운이 개막전 이후 움츠렸던 손인호의 몸을 풀어줬다. 2-2 동점이던 3회 1사 1루에서 손인호는 우전 안타를 날려 1사 1, 3루를 만들었고, 페레즈의 희생플라이로 결승점을 얻었다. 3-2로 박빙의 리드를 잡은 5회 2사 2루에서는 우중간을 꿰뚫는 2루타로 쐐기 득점을 뽑았다. 전날까지 타율 0.182(11타수 2안타)로 부진했던 타율도 0.333(15타수 5안타)으로 껑충 뛰었다.

수비에서도 만점 활약을 펼쳤다. 좌익수로 출전한 손인호는 4-2로 앞선 7회 초 1사 3루서 두산 전상렬의 플라이를 잡은 뒤 자로 잰 듯한 송구로 홈으로 뛰던 3루 주자 이승준을 잡아냈다. 경남고 투수 출신으로 송구의 정확성은 이미 정평이 난 선수다. 순간 부산 사직구장의 관중이 모두 일어서 "손인호"를 외쳤다. 오랫동안 짜릿한 명승부에 목말랐던 부산팬들에게 행운과 실력을 모두 보여준 손인호가 롯데 3연승의 주역이었다.

경남고-고려대를 졸업하고 1998년 롯데에 입단한 손인호는 지난해 5월 상무에서 제대한 뒤 올해 풀 시즌에 도전하고 있다. 겨울캠프에서 김대익.이계성 등을 제치고 외야자리를 차지한 손인호는 "3번 타자라는 중책에 부담이 많지만 3할 타자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부산=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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