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조원 일본 변액연금 시장 ‘원금+ α’원하는 여성 고객 북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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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이달 18일 일본 도쿄 지요다(千代田)구에 있는 일본 2위 은행인 미즈호은행 본점. 정문을 들어서자 그날의 금리 시세를 알리는 대형 전광판이 한눈에 들어왔다.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가 연 0.4%. 이것도 1000만 엔 이상의 예금에나 적용되는 금리다.

이런 쥐꼬리만 한 금리 때문에 일본에선 최근 정기예금 대신 주식에 투자한 수익으로 연금을 받는 변액연금보험에 눈을 돌리는 고객이 늘고 있다. 특히 노후 대책을 마련해야 할 50~60대가 그렇다.

다카쿠라 마사아키(高倉正昭) 미즈호은행 운용상품개발실 참사역은 “주가가 하락해도 최저 보장을 하는 상품이 나오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일본의 변액연금보험 시장 규모는 2003년 2조 엔(약 20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16조5000억 엔(130조3000억원)으로 성장했다. 한국의 15배에 달한다.

◇여성들이 더 관심=일본 변액연금보험 시장의 경우 남성보다 여성 가입자(56.6%)가 더 많다. 여성이 더 오래 살기 때문이다. 도쿄 근교에 사는 직장여성 에가와 준코(江川順子·47)는 지난해 10월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운용수익에 따라 최대 원금의 130%를 보장하는 변액연금보험에 가입했다. 매월 보험료를 내는 상품이 많은 한국과 달리 일본에선 한번에 보험료를 내는 일시납 상품이 대부분이다. 이를 주도한 것은 ING생명과 하트포드생명 등 외국계 보험사들이다.

그는 “노후를 위해 정기예금에 들어왔지만 금리가 너무 낮아 불만이었다”며 “원금을 보장하면서 투자할 수 있다는 은행 직원의 권유를 받고 가입했다”고 말했다. 65세부터 공적연금을 받는 그는 정년(60세) 이후에 다른 직장을 찾지 못하면 이를 연금으로 받을 계획이다. 만일 일자리를 구하면 일시금으로 찾아 다른 곳에 운용할 생각이다.

이렇게 일본의 변액연금보험은 원금을 보장하는 예금과 투자 수익을 추가로 얻는 펀드가 합친 성격을 지니고 있다. 지바상과대 이토 고이치(伊藤宏一) 교수는 “지금처럼 세계적인 물가 상승 국면에선 안정된 금리를 보장하는 상품만으론 노후 대비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원금+α를 보장=ING생명은 10년 동안 가입하면 보험료 원금을 보장하는 상품을 2004년 일본 시장에 처음 내놓았다. ING생명은 또 지난해 4월 수익률이 한 번이라도 110, 120, 130%에 도달할 경우 그 수준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스마트디자인123’을 내놨다. 이 상품이 나오자 다이이치프런티어생명도 최대 납입 보험료의 130%를 보장하는 상품을 시판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품들은 올해 한국 시장에도 도입돼 시판되고 있다. 일본 ING생명 마케팅본부 다우치 다카시(田內貴司) 부장은 “주가 하락에 대비해 헤지를 하고, 일부는 재보험에 들어 원금 보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금 보장을 받기 위한 필수 가입 기간을 10년 미만으로 정한 상품도 등장하고 있다. 7년만 가입하면 원금을 보장하고, 5년 가입하면 90%를 보장하는 상품도 나왔다. 도쿄카이조니치도(東京海上日動)생명은 고객이 110~150%의 목표수익률을 정하고, 이를 달성하면 연금이나 일시금을 받을 수 있는 변액연금보험을 선보였다.

이토 교수는 “주식 시장은 변동이 있긴 하지만 장기 투자를 하면 언젠가 상당한 수익을 내는 시점이 온다”며 “이때를 놓치지 않고 수익을 확보해 더 많은 보장을 하는 노후 대비 상품이 각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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