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聖戰 나서자"…들끓는 이라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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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시아파 과격파들의 저항이 '민중 봉기' 양상을 띠며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미 군정은 8일 이라크 과도정부의 누리 라드란 내무장관을 전격 해임했다. 시아파 출신인 그가 시아파 봉기 사태에 직면에 '눈치보기'로 일관했다는 이유다.

실제로 이라크 경찰들은 시아파들의 무장봉기에 직면해 이렇다할 만한 진압활동을 보이지 않았다. 8일 현재 저항세력은 쿠트와 나자프.쿠파 3개 도시 전역 혹은 일부를 장악하고 있으며 북부까지 교전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저항세력 3개 도시 장악=알사드르 추종세력을 주축으로 한 저항세력은 우크라이나군이 철수한 쿠트 지역에 대한 통제력을 완전히 장악했으며, 남부도시 나자프 지역 일부도 장악했다. 연합합동 동맹군의 리카르도 산체스 사령관은 8일 기자회견에서 "미군 주도 동맹군이 이들 지역에서 통제력을 상실했다"며 "하지만 곧 '단호한 칼' 작전을 펼치며 밀고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산체스 사령관은 "쿠트 지역은 곧 해결하겠지만 나자프 지역엔 시아파 성일(聖日)을 맞아 순례자들이 몰려들 것으로 예상돼 이른 시일 내 반격하긴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쿠파 지역에서도 무장세력들이 경찰서와 관공서를 장악하고 도시를 통제하고 있다고 주민들을 인용, AP 통신이 보도했다.

이라크 남부 사마와에 주둔하고 있는 일본군 기지 인근에서도 지난 7일 새벽 세번의 폭발음이 들렸으며 이에 대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일본군을 철수시키려는 테러 공격"이라고 말했다.

8일 현재 교전지역은 북부 키르쿠크까지 확대되고 있다. 지난 며칠간 교전이 치열했던 팔루자 지역에선 이번주에 사망한 이라크인이 280~300명이라고 병원 소식통은 전했다.

◇사원 폭격으로 갈등 증폭=지난 7일 미군의 이라크 이슬람 사원 폭격은 악화되는 상황에 기름을 부었다. 미군은 지난해 이라크 전쟁을 시작한 뒤 처음으로 F-16 전폭기 등을 동원해 팔루자의 이슬람 사원을 폭격, 4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과격 시아파 지도자 무크타다 알사드르는 "미국의 행위는 용서받지 못할 것이며 이라크는 조만간 제2의 베트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라크 이슬람최고혁명위원회도 "이라크 점령 1주년이 되는 9일과 시아파 성일을 맞아 300만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10일 양일에 걸쳐 이라크 전역에서 더욱 큰 봉기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슬람 전역의 이슬람 사원도 공개적으로 "성전을 하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사원 폭격과 관련, 미 중부군 사령부 마크 키밋 준장은 "사원은 제네바 협상에 의해 공격대상에서 제외된다"며 "그러나 저항세력이 숨어 미군을 공격함으로써 보호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원이 저항의 근거지로 사용되면 계속 공격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USA 투데이는 이슬람 과격파들이 대중의 저항을 끌어내기 위해 사원을 공격용 성채로 이용해 왔다면서 미군이 그 덫에 걸려든 것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카이로=서정민,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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