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 더 예뻐하는 DJ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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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金大中)총재가 대전리베라호텔에서 당무회의를 가진 19일.충청 출신의 당중진 김영배(金令培)의원과 이용희(李龍熙)전의원은 적잖이 자존심을 상하고 말았다.
지역행사의 오랜 관행이듯 이지역 출신인 두 당무위원은 카메라의 초점이 될 金총재 자리의 바로 좌우측에 먼저 자리를 잡았다.그러나 잠시후 총재비서실 비서관이 모종의 「지시」를 받은 뒤이들에게 자리를 옮겨줄 것을 요구했다.
두 위원의 반발이 있자 급기야 박지원(朴智元)대변인이 나서 자리를 옮겨줄 것을 간청했고 이 「로열석」은 최근 영입한 30,40대의 소설가 김진명(金辰明.서울송파을조직책).전MBC앵커정동영(鄭東永),장애인변호사 이성재(李聖宰)씨의 차지가 되고 말았다. 金총재는 당무회의 석상에서 『이 사람이 4백만부가 팔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쓴 소설가』라고 흐뭇한 표정으로김진명씨를 소개하는등 이들을 부각시키려 애쓰는 표정이 역력했다. 사정이 이쯤되자 이날 오후 부산으로 옮긴 장년의 당중진의원들은 『내일 우리들은 행사에 가도 되느냐』고 총재측근에 가시돋친 농을 던지기도 했다.20일 부산의 4개지구당 창당대회장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젊은이」들이 총재와 함께 맨 앞열에 자리잡고 장년의 부총재.지도위원등은 뒷줄의 찬밥신세가 되고 말았다. 金총재는 이날 젊은 연사들의 연설이 끝나자 『처음 정치연설을 하는 이들에게 우려도 했으나 말깨나 한다는 나도 못따라갈 정도』『이런 젊은이가 우리당에 있다는 것은 총선과 내년 대선 승리의 징후』라며 치켜세우기도 했다.총선을 앞둔 각 종 당행사에 이들을 전면에 등장시켜 젊고 참신한 당의 이미지를 심는다는의지를 그는 드러내고 있다.
특히 57%에 이르는 20~30대의 젊은층 공략에도 효과적이라는 게 金총재측의 계산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金총재는 자신의 연령등을 겨냥해 세대교체를 외치는 신한국당(가칭)과 민주당의 공세를 이들 젊은이를 울타리 삼아 피해가려는 듯했다.
부산=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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