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이벤트 비용’ 1000만 달러 요구… 美 250만 달러 지급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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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개발의 상장인 영변의 냉각탑이 26일 전세계적인 관심속에 폭파됐다. '쇼'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지만 핵폐기라는 3단계 협상의 초석을 쌓았다는 평가다. 분명한 것은 북핵 협상과정에서의 본격적인 '머니 게임'이 시작됐다는 점이다.중앙 선데이에 따르면 북한은 폭파비용으로 1000만 달러를 미국에 요구했고,결국 협상끝에 미국은 250만 달러를 북측에 지급했다. 다음은 중앙선데이 기사 전문

김수정 기자

20여 년간 북한 핵개발의 상징으로 존재해 온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이 26일 오후 불과 2초 만에 600t의 콘크리트 잔해 더미로 변했다. 냉각탑 폭파 장면은 미국의 CNN과 한국의MBC 등 6자회담 5개국 7개 언론사에 의해 전 세계로 보도됐다. 이 2초간의 ‘폭파’ 이벤트를 위해 미국 정부가 북한에 250만 달러(약 26억원)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냉각탑 폭파는 북 핵시설 불능화를 마무리하고, 핵폐기라는 3단계 협상의 초석을 쌓는 의미가 있다. 동시에 향후 북핵 협상시 고비마다 북한측과 밀고 당기는 ‘돈 게임’을 해야 한다는 현실을 다시 일깨워줬다.

정부 핵심 소식통은 28일 “미 정부가 냉각탑 폭파 비용 명목으로 지불한 돈은 모두 250만 달러”라면서“이 행사에 초청된 6자회담 5개국 언론사는 실비 개념의 돈을 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선 '20만 달러설'이 나온다. 이에 대해 MBC 이장석 정치 부장은 “북측으로부터 돈을 내라는 요청이 없었다.초청을 받아 취재하는 입장에서 돈을 주고 취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26일 냉각탑 폭파 현장에는 6자회담 참가국 가운데 성김(사진) 국무부 한국 과장 등 미국대표단만 참관했다.

다른 소식통은 “북한이 애초 요구한 돈은 1000만 달러였다”며 “돈때문에 폭파쇼가 실행되기 힘들겠다는 분위기가 우리 정부 내에 돌았다”고 말했다. 그는 “북ㆍ미 양측의 협상이 생각보다 빨리 타결됐다”고 전했다. 미국 내에선 250만 달러 지불을 놓고 대북 강경파들의 비난도 있었다고 한다. 북한의 논리는 “냉각탑 폭파는 원래 불능화 및 핵 신고로 돼 있는 2단계의 의무사항은 아니다는 것”이다. 그래서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북한은 폭파 행사에서 북한산 다이너마이트 200㎏을 사용했고, 폭파 행사도 북한 당국이 모두 주관했다.

미측이 250만 달러의 현금을 폭파 전에 모두 건넸는지에 대해선 확인되지 않았다.다만 북한은 현금이 확보된 뒤에야 움직였다는 과거 사례로 볼 때, 최근 평양을 자주 찾았던 성 김 과장의 가방속에 현찰이 들어있었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북한이 시멘트 덩어리에 불과한 냉각탑 폭파에 250만 달러를 받았지만 향후 협상과정에서는 천문학적 금액이 협상테이블에 올라올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도 그랬듯 핵신고서의 검증과해체, 폐기 단계를 잘게 쪼개 단계마다 정치ㆍ경제적보상을 요구하는 살라미 전술이그것이다. 핵신고와 불능화를 하게돼 있는 2단계에서 북한은 테러지원국 해제 같은 정치적 보상과 별도로 원유 100만t을 약속받았다.한국 정부가 의장국인 6자회담 경제ㆍ에너지 지원 실무회담을 통해 현재까지 중유 40만t 상당(중유 30만t과 중유 10만t에 상응하는 설비자재)이 북한에 들어갔다. 불능화 조치가 마무리될 때까지 나머지를 지원해야 하는데, 이 비용만도 3억1640만 달러에 달한다.

핵신고 검증과 핵폐기 로드맵을 짜게 될 이번 6자회담부터 북한은 오래된 요구사항인 경수로 카드를 들고 나올 가능성도 크다.올 4월 방북해 박의춘 외무상과 김계관 부상을 만난 잭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은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영변 핵시설 해체 대가로 경수로를 제공받는 것이며 핵 보유고(핵무기) 감축 문제는 북·미 관계 정상화가 된 뒤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하나는 지난 2005년 타결된 9ㆍ19 공동성명에서 우리 정부는 200만㎾의 송전을 해주기로 약속했다. 테러 지원국 해제 뒤 국제금융기구를 통한 대북 지원 문제도 북한이 제시할 청구서에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수십억 달러판돈의 ‘머니 게임’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한 고위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250만 달러를 북측에 선뜻 전한 것은 의외”라면서 “한국이 과거 북한에 했던 방식을 연상시킨다”고 말했다.외교안보연구원의 윤덕민 교수는 “힐 차관보는 2월 뉴욕필 오케스트라의 평양 공연에 이어 냉각탑 폭파 같은 정치적 이벤트로 부시 행정부의 외교적 업적을 공고하게 하려한다”면서 “대선이 본격화되는 8월까지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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