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집회를 1980년 광주에 헌정합니다"

중앙일보

입력

주말을 맞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범국민대회와 촛불문화제가 예정돼 있는 28일, "오늘의 집회를 1980년 광주에 헌정하자"는 내용의 게시글이 인터넷에서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정치포털 서프라이즈(www.seoprise.com)에 'q'라는 ID로 글을 올린 네티즌은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통제된 언론에 의해 우리 모두는 그분들을 빨갱이요, 폭도요, 광란자들이라고 알고 있었다"라며 "그 외로움, 저로서는 감히 다 알지 못한다. 그래서 그 시절을 함께 살았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 속에 커다란 돌멩이 같은 빚으로 남아있다. 80년 광주, 그분들에게 대한민국이 진 빚"이라고 밝혔다. 그는 "쇠고기 문제가 처음 이슈화 될 당시 다음 아고라에는 '광주는 이번에 쉬면서 보기만 하십시오. 이번에는 서울이, 부산이, 대구가 책임지겠습니다'라는 글이 많이 올라왔다"라며 "우리의 다짐과 의지를 다시 한번 꼭꼭 묶는 의미로 28일 우리의 집회를 80년 광주에 헌정하자"는 내용을 썼다.

해당 글이 다음 아고라를 비롯한 포털사이트와 커뮤니티 사이트에 퍼지면서 네티즌의 호응도 높아지고 있다. 한 네티즌(ID 예진아씨)은 "저는 경상도에서 자랐는데 어렸을적 청문회를 보며 울었던 기억이 난다"며 "광주분들을 생각하면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그분들을 생각해서라도 더 열심히 뛰겠다, 외치겠다"는 글을 남겼다. 또 다른 네티즌(ID 저도)도 "경상도 사람으로 이번에 꼭 빚을 갚겠다. 우리가 해내겠다. 언제나 광주 분들께 죄지은 느낌이다"는 댓글을 썼다.

자신을 광주 출신이라 밝힌 네티즌들도 이런 움직임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상파울루'라는 ID를 사용한 네티즌은 "(80년 광주민주화운동)당시 광주에서 대학 새내기였다. 눈앞에서 벌어진 일들을 말도 못하고 숨죽이며 살았다. 드라마 모래시계도 보지않았고 최근의 화려한 휴가도 아직까지 차마 보지 못하고 있다. 언제나 내 마음속의 트라우마가 씻겨져서 이런 영화들을 마음껏 울어가면서 볼 수 있을런지요"라며 "고맙고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또 다른 네티즌(ID jjj)도 "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현장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저희들의 마음과 후유증을 알아주시고 대변해주시니 정말로 감사하다"며 "한국사람수준이 이것밖에 안되나 싶고 앞으로 역사가 퇴보할 것을 생각하니 답답했으나 요즘의 상황을 보면서 다시 한번 희망을 갖게 되었다"는 내용의 글을 썼다.

한편 28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집회는 오후 2시 경복궁역의 네티즌 집회에 이어 오후 5시와 7시, '쇠고기 고시 강행 저지와 이명박 정부 심판'을 주제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주최의 범국민대회와 촛불문화제(52차)가 각각 서울광장과 광화문 일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김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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