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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취업 도움될까 싶어 나섰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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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서울 워커힐호텔 가야금홀에서 15일 열렸던 건국대 의상디자인학과 졸업 패션쇼에 특이한 모델이 한 명 등장했다. 학생들이 디자인한 옷을 입은 김경희(60·사진) 건국대 이사장이 무대에 나온 것이다. 김 이사장은 군복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밀리터리 룩’ 의상과 검은색 파티 드레스를 입고 무대를 걸었다.

행사 며칠 뒤 집무실에서 만난 김 이사장은 “특별한 추억으로 길이 남을 것”이라며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바쁜 일정 때문에 학과 행사까지는 챙기지 못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꼭 참석하고 싶었어요. 작년 졸업생들의 작품을 보고 매우 강렬한 인상을 받았거든요. 학과 교수들의 제의도 있었고, 이사장이 모델로 나서면 학생들 취업에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죠.”

이사장이 힘을 실어준 행사다 보니 규모도 커졌다. 중국 둥화대와 공동 주최로 ‘국제 패션디자인 콘테스트’라는 이름을 걸고 행사를 치르게 됐고, 미국을 포함한 9개국 학생이 함께 참여했다.

김 이사장은 패션쇼 전문가를 섭외, 워킹 개인 교습도 받고 혼자서 연습도 많이 했다고 한다.“생전 처음 패션쇼 무대에, 그것도 젊고 늘씬한 모델과 함께 선다는 두려움도 있었어요. 그래도 이왕 하기로 한 거 제대로 하자고 생각했어요.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만 열심히 연습했죠.”

결과도 좋았다. 학생과 학부모들의 갈채를 받았다. “패션쇼 끝나고 아이들이 부둥켜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데, 저도 눈시울이 뜨거워졌어요. 학생들과 이렇게 직접 호흡할 수 있다는 게 교육의 진정한 보람이라고 느꼈죠.” 이번 패션쇼 뒤 건국대 의상디자인학과는 미국 신시내티대와 유럽 등지로부터 교류협력 제의도 받았다고 한다.

건국학원 설립자인 고 유석창 박사의 맏며느리인 김씨가 이사장에 취임한 것은 2001년 1월. 안팎으로 힘든 시기였다. “학교 분위기가 너무 어수선했어요. 대학평가 순위도 30위권이었고, 주인의식도 실종된 상황이었죠. 의대 부속 병원의 규모를 키우는 게 급선무였어요.”

중요한 건 재원 마련이었고, 이사장이 직접 아이디어를 냈다. 학교 부지 중 일부를 수익용으로 전환, 대형마트와 영화관 등이 들어선 ‘스타시티’로 탈바꿈시킨 것. 추진 도중 송사에 휘말리는 등 어려움도 겪었지만 결국 학교 재정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병원 재건립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고, 그의 꿈이었던 예술문화대도 신설했다. 2007년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도 12위로 뛰어올랐다.

최근에는 로스쿨을 유치하고, 의학전문대학원에 우수 교수를 영입하는 등 여전히 바쁜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그의 지금 목표는 2011년까지 국내 5대 사학에 드는 것이다.

서양화가라는 본인의 일에 조금 더 집중하고 싶지만 학교 일이 우선이다. “이번 패션쇼처럼, 학교 행사를 차별화 할 수 있는 기회만 있다면 어떤 일이든 마다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학교는 제 자식과도 같으니까요.”

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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