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쟁점>룰라"천상유애"표절계기로 살펴본 실태-영화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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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영화계에서도 표절시비는 끊이지 않고 있다.『제2의 성』『김의전쟁』『투캅스』『리허설』등이 표절시비를 불러일으켰던 대표적 영화들이다.공개적인 논란의 대상은 되지 않았지만 제목이나 스토리등 부분모방혐의를 받는 영화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현재 인기리에 상영중인『돈을 갖고 튀어라』는 우디 앨런의 『Take The Money and Run』에서,지난해 최고 화제작인 『개같은 날의 오후』는 알파치노 주연의 은행강도 영화 『Dogday Afternoon』에서 제목을 빌렸다.
그러나 영화는 표절 기준을 정하기 어려운 장르의 특성 때문에표절여부를 판정하는데 조심성이 요구된다.가요의 경우 악보를 베끼면 곧바로 표절로 간주할 수 있지만 영화는 스토리.등장인물.
구성등 거의 모든 요소를 차용한다 해도 연출과정 에서 전혀 다른 색깔로 비틀 수 있기 때문이다.
85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히트작 『투캅스』는 그 대표적 사례다.이 영화는 94년 개봉당시 프랑스 영화 『마이 뉴 파트너』를 그대로 표절한 혐의가 짙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그러나 반론도만만찮았다.비록 스토리나 상황설정이 비슷하지만 원작을 한국적 상황에 맞게 변형하는데 성공했다는 것이 그 요지였다.
그러나 이런 장르상의 특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한국영화는 모방의 정도가 심한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내한한 베를린 국제 영화제 집행위원장 마리츠 하들렌은『한국영화는 베끼기가 많은데 나는 한국적 정서를 담은 영화에 관심이 많다』고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지금 표절시비가 일고 있는 『리허설』도 『아모레 미오』를 그대로 베꼈다는 인상이 짙다.
앞선 영화 기술을 배우기 위해 부분적 차용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그러나 한국영화의 모방 수위는 그 필요를 훨씬 넘어선다.영화평론가 조희문씨는 『표절논의를 위해선 표절.모방.리메이크의 구체적 기준을 정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면 서 『그러나그보다 중요한 것은 영화인 스스로 창작자로서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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