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0년 전 ‘맨발 투혼’에 감명 ‘박세리 키드’ 이번엔 우리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박세리(31)의 ‘맨발의 투혼’이 10년을 맞았다.

26일 오후 미국 미네소타주 에디나의 인터라켄 골프장(파73·6789야드)에서 시작되는 US여자오픈은 박세리에겐 1998년 한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맨발의 투혼 10주년 기념식쯤 된다. 박세리의 맨발은 외환위기에서 고통받던 어른들뿐 아니라 당시 열 살짜리 아이들에게도 강렬한 영감을 줬다. 98년 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88년생 소녀들 가운데 일부는 ‘박세리 키드’가 됐고 10년이 지난 올해 이 대회에 무려 8명이 나간다.

미국 LPGA투어에서 뛰는 김인경(하나은행)의 아버지 김철진(56)씨는 “아이가 취미로 수영·태권도·골프를 했다. 골프는 5번 아이언 샤프트를 잘라서 만들어 준 것을 가지고 노는 수준이었는데 박세리 우승을 본 뒤 ‘저 언니처럼 되어야겠다’면서 골프만 하겠다고 고집을 피우더라”고 말했다. 김씨는 “박세리의 우승이 아니었다면 우리 딸이 수영선수를 했을지, 법대에 갔을지 알 수 없다”고도 했다.

김인경처럼 취미로 골프를 하다가 박세리 우승 이후 본격적으로 골프의 길에 들어선 소녀 가운데 이번 대회에 나오는 선수는 박인비·최나연(SK텔레콤)·오지영·안젤라 박 등이다. 물론 박세리 때문에 골프를 시작한 선수도 있다. 신지애(하이마트)를 포함해 민나온·김송희(휠라코리아) 등은 박세리의 우승을 보고 나서 골프를 알아 여자골프 최고 권위 무대에 도전한다.

박세리는 “나 때문에 많은 선수가 골프를 시작하게 되어 영광”이라면서 “당시에 열 살짜리 아이들이 이렇게 커서 큰 대회에 나오게 되니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세리가 아직도 아이들이라고 생각하는 88년생 ‘박세리 키드’는 이제 박세리 못지않은 강자다. 미국의 스포츠 전문채널 ESPN의 전문가 4명 중 2명이 박세리 키드의 우승을 점쳤다. 신지애와 박인비다. 나머지 2명은 로레나 오초아(멕시코)를 지목했다.

신지애는 지난해 이 대회 6위에 올랐고, 세계랭킹 9위의 정상급 선수라는 것이 근거다. 박인비는 지난해 이 대회 4위였고, 올해 다섯 차례 톱10에 들었다.

깜짝 활약이 기대되는 선수엔 최나연과 미셸 위(한국이름 위성미)가 꼽혔다. 89년생인 미셸 위도 박세리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은 선수다.

골프 주간지인 골프월드도 US오픈 우승후보 20명을 거론하면서 한국에서 온 88년 용띠 4명을 포함시켰다. 신지애·최나연·박인비·김송희다. 이 잡지는 이 밖에 박세리·장정·이선화·이지영을 우승후보에 포함시켰다.

성호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