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7년차 최형우가 신인왕 유력 후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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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프로 데뷔 7년차 최형우(25·삼성·사진)가 신인왕 후보로 떠올랐다.

방출-경찰청 입단-삼성 재입단의 이력을 지닌 중고참이 신인왕 후보라고? 하지만 규정상 그는 어엿한 신인왕 후보다. 그것도 유력한 후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정 에 따르면 ‘신인 선수란 한국야구위원회 회원구단의 선수로서 5시즌 이내, 투수는 30회 이내, 타자는 60타석 이내의 누계 출장 수를 초과하지 않은 자에 한한다’고 돼 있다. 2002년 삼성에 입단한 최형우는 올 시즌 전까지 1군 경기에 여섯 차례 나섰다.

프로 데뷔 후 7년차에 접어들었지만 2년(2005~2006년)간 경찰청 야구단에서 활동(군 복무 대체)을 해 ‘5시즌 이내’라는 규정도 통과했다. KBO는 최근 그에게 “신인왕 자격이 있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27년째 접어든 프로야구는 총 25명(1982년 프로야구 원년 제외)의 신인왕을 배출했다. 이 중 ‘중고 신인’ 자격으로 신인왕을 거머쥔 선수는 3명(89년 태평양 박정현, 95년 삼성 이동수, 2003년 현대 이동학)뿐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 유난히 신인 기근이 심해지면서 중고 신인에게까지 시야가 옮겨 갔다. 정찬헌(19·LG)·진야곱(19·두산)·나지완(23·KIA) 등 수퍼루키로 불렸던 신인들은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 그나마 KIA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찬 김선빈(19)과 한화 대졸 포수 이희근(23)이 팀 내 입지를 넓혀 가고 있는 정도다.

이들 ‘진짜 신인’들에 대한 실망감을 채워준 것이 최형우다. 그의 야구 인생은 파란만장하다.

2005년 시즌 뒤 최형우는 삼성으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다. 타 구단도 그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벼랑 끝에 몰렸던 최형우에게 경찰청 야구단 창단 소식이 들렸다. 경찰청에 입단한 최형우는 “포수로서는 힘들겠다. 타격은 쓸 만하니 수비 부담을 줄이고 장점을 살려 보자”는 김용철 경찰청 감독말을 듣고 외야수로 전업했다. 마스크를 벗고 피나는 훈련을 했고, 타격폼도 가다듬었다. 결과는 2군 트리플크라운. 최형우는 지난해 2군 북부리그 타율(0.391)·홈런(22개)·타점(76개) 부문 1위를 독식했다. 최다안타(128개)·최다득점(72개)·장타율(0.731)에서도 1위였다.

2년 전 냉정하게 등을 돌렸던 구단들이 최형우를 찾았다. “한 번 실패했던 곳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바람대로 최형우는 연봉 5000만원에 삼성과 입단계약을 했고, 이제는 삼성 세대교체의 선봉장이 됐다.

그리고 기대되는 부수입이 ‘신인왕’이다. 24일 현재 타율 2할9푼·10홈런·40타점을 기록 중이다. 5, 6번을 번갈아 치며 4번 타자 박석민과 함께 삼성 타선을 이끌고 있다.

하남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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