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출신 政界영입 美.日.獨.佛은 어떤가-일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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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미국.프랑스.독일(서독).일본은 60년대와 70년대 초반에 걸쳐 사회개혁및 월남전 반대를 내세운 학생운동이 폭력과 방화까지 수반했을 만큼 격렬했다.이들 학생운동권의 좌파적 개혁운동은당시 각국에서 매우 날카로운 현안이었다.그러나 이들 나라의 운동권들은 학생운동권이 재야운동권으로 자연스레 흡수된 경향을 보여온 우리와 달리 이들 나라의 사회체제가 열린 사회였으므로 졸업후 대체로 보통시민이 걷는 인생행로를 밟고 있다.우리 정당들이 4월 총선을 앞두고 당의 노선및 표방이념을 고려하지 않고 학생운동 출신및 재야운동권의 명망가나 주요 인사들을 영입하는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들 4개국의 정치권은 학생운동권을 영입하려 한 흔적을 찾기 어렵다.이들 국가의 운동권 출신 현주소를 소개 한다.
[편집자註] 현재 일본의 중.참의원 의원 749명중 학생운동경험이 있는 이는 10여명에 불과하다.
자민당의 이토 고스케(伊藤公介).구리모토 신이치로(栗本愼一郎)의원과 사회당의 이마이 기요시(今井 澄).고토 마사노리(五島正規).고바야시 마모루(小林 守)의원,이번 개각때 후생상으로 입각한 사키가케의 간 나오토(菅 直人)의원,그밖에 군소정파의 이시이 고키(石井紘基).가이에다 반리(海江田万里)의원 등이 거론된다. 일본의 운동권 출신 국회의원은 우선 숫자 자체가 적다.이들이 의회에 진출하는 과정도 우리와는 큰 차이가 난다.그 배경에는 민주주의 질서가 우리보다 일찍 정착됐다는 점과 경제발전으로 첨예한 정치적 쟁점이 거의 없어졌다는 점,자민당부 터 공산당에 이르기까지 좌.우에 걸쳐 이념적 스펙트럼을 형성한 기성정치권이 운동권의 에너지를 상당부분 흡수.소화해 온 점을 들수 있다.
법질서가 국민 다수로부터 확고한 정당성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과거 학생운동으로 투옥된 경력을 밝히기를 꺼리는 분위기가 강하다. 따라서「투쟁경력」만으로는 중앙정계에 발을 들여놓기가 힘들다.학생운동조직 전공투(全學共鬪會議)의 리더로 69년 도쿄대의 유명한 야스다(安田)강당 농성사건 당시 강당에 끝까지 남아 있다가 옥고까지 치른 이마이 참의원(당시 도쿄대의학부 )도운동경력 덕분에 정계에 들어온 것이 아니다.
12년만에 대학을 졸업한 그는 의사로서 지역사회에서 의료.복지활동으로 명성을 쌓는 긴 통과의례 과정을 거쳐 참의원이 되었다. 간 나오토 후생상의 한 측근은 학생운동 경력에 대해 묻자『의원님은 절대로 과격하지 않았다』며 펄쩍 뛰었다.간 나오토 후생상은 대학졸업후 변리사가 되어 시민운동에 참여하다 정계에 입문한 경우다.지금은 대학에서 학생회도 제대로 구성되 지 않을정도로 파리를 날리는 일본의 학생운동이지만 과거 60년대~70년대 초반까지는 대단했다.
이 시기에 도쿄대 재학생으로 전공투 지도부에 몸담았던 마에다가즈오(前田和男.48.출판업)씨는 『당시 대학개혁 등에 성과가있었지만 결국 국민적 공감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고 회고했다.
『지금 일본의 의원들은 학생운동 경력을 아예 밝히지 않는다.
표만 떨어지니까』라고 그는 지적했다.
중앙정계에 진출한 숫자가 손으로 꼽을 정도인 반면 지방의회 의원중에는 운동권 출신이 3분의 1이나 될 정도로 폭넓게 포진해 있다.
옛 전공투 출신의 연락모임인 「프로젝트 이노시시(猪)」가 조사,이달말 발표예정인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의원 502명(국회의원 18명 포함)중 29.7%가 학생운동 경험이 있었다. 이들은 일찍 눈뜬 정치감각과 나름의 사명감으로 자기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사회활동을 펼쳐 지방의회에 진출한 경우가대부분이다.
지난해 발간된 「전공투 백서」는 과거 전공투에 몸담았던 4,962명을 대상으로 실시(응답 526명)한 설문조사 결과를 담고 있다.사회각계에 넓게 퍼져 있는 이들은 자신의 당면과제로 현재 하고 있는 일(17.1%)을 꼽았고 노후.복 지 문제가 두번째(16.2%),정치참여.사회운동(13.1%)이 그 다음으로 꼽혔다.자녀교육(7.8%)과 가정생활 전반(7.6%)이 그뒤를 이어 비교적 높은 관심도를 반영했다.
도쿄=노재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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