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현장에서>MBC"별"-본격SF드라마 레이저 특수촬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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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저 아가씨 몸 안에 다른 생명체가 들어 있어.』 장혜미(고소영扮)의 얼굴을 컴퓨터 화면으로 살피던 노박사(박종관扮)가 소스라치게 놀란다.곁에는 창백한 얼굴의 장혜미가 3차원 레이저스캔 장치위에 앉아 있다.
9일 오후 강남구역삼동 위프코(주) 사무실.본격 SF드라마를만들겠다는 MBC미니시리즈 『별』(이홍구극본.조중현연출)의 스태프들이 정신없이 움직인다.
이날 촬영분은 노박사가 장혜미의 몸안에 외계인이 숨어있다는 사실을 밝혀내는 장면.사물의 입체적 상태를 잡아내는 1억5,000만원짜리 레이저 스캔 장치가 실제로 동원됐고,컴퓨터에 나타날 외계인 형상은 촬영뒤에 그래픽으로 처리할 계획 이다.이만하면 SF의 「하드웨어」는 그런대로 만족스럽게 된 셈이다.
그러나 연기는 여전히 어려운 일.나중에 할 그래픽 작업과 맞춰 연기를 해야 한다.전기에 감전됐다고 생각만 하고 연기하기는아무래도 고역이다.
『좀 더 실감나게 할수 없어?』 PD와 카메라맨의 주문에 맞추느라 고소영이 진땀을 흘린다.노박사에게 발각된 외계인이 초능력을 발휘,연구실의 기기를 부수고 고소영을 기절시키는 장면.전기스파크가 고소영을 휘감는 것은 녹화후 그래픽으로 한다지만 당장 괴로움에 몸을 뒤 트는 연기가 문제다.
여러차례 시도에 지친 카메라맨이 한마디.
『누구 배터리라도 가져와.진짜 감전을 시키든지 해야지 원.』농담치곤 험악하다.새벽부터 촬영을 강행해온 스태프들 사이에 순간 폭소가 터진다.팽팽한 긴장이 잠시나마 풀어지고 여유를 되찾는 순간이다.
심호흡 끝에 다시 한번 큐.이번엔 멋지게 해냈다.진짜 감전이라도 당한 것처럼 고소영이 실감나게 연기를 마쳤다.
촬영을 담당한 박화진씨는 『이번 작품을 위해 일본의 특수촬영소에서 연출과 주요 스태프들이 연수를 받았다.아이디어와 감각은누구못지않다고 자부하지만 역시 시간.예산등 제작여건상의 한계를느낀다.소품.미술등도 아직은 미흡하다』고 토로 했다.하지만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소재고갈에 시달리는 국내 드라마의 활로를 찾는 제작진의 열의가 돋보인다.
예정시간을 훨씬 넘겨 촬영개시 다섯시간이 넘어서야 이곳에서의마지막 장면이 진행된다.혜미의 소재를 알아낸 송마루(조민기扮)가 작업실로 뛰어들어 막무가내로 혜미를 데려가려 한다.
『혜미는 내가 지켜주겠어.』 노박사와 조교(김은숙扮)의 만류를 무릅쓰고 마루가 혜미를 안아드는 장면.감정이 안나온다며 10여차례의 시도가 반복되다 겨우 연출자의 OK사인이 떨어진다.
『고생들 했어.』 글.사진=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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