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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부동산 전망 안개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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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집값 전망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한쪽에서는 그동안 미뤄왔던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가 탄력을 받으면서 시장도 회복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정부가 시장 불안을 이유로 규제 완화 시기를 늦추거나 오히려 시장 안정 쪽에 더 무게를 실을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이 불투명해 현재로선 내집 마련 및 투자 전략을 짜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집을 옮기거나 내집 장만을 마냥 미룰 수도 없는 일이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대표는 “정부의 정책 시행만 기다리다 정작 매매시기를 놓쳐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를 범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대책 없는 관망’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정부의 부동산정책 방향과 규제 완화 움직임 등을 지켜보면서 차근차근 내집 마련 및 재테크 준비에 나서는 게 좋다”고 말했다.

◇세제 완화 여부가 관건=하반기 주택시장을 좌우할 변수를 꼽는다면 단연 주택 관련 세제 및 대출 규제 완화다.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줄이고 대출 한도를 높이면 얼어붙었던 거래 시장이 살아날 수 있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내외주건 김신조 대표는 “세제와 대출 규제가 풀리면 양도세가 무서워 집을 못 팔고, 돈줄이 막혀 집을 사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 부분 없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나라당은 종부세 부과 기준을 현행 공시가격 6억원 초과에서 9억원 또는 10억원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종부세 과세 기준이 상향 조정될 경우 강남권 등 버블세븐지역 중대형 아파트가 덕을 볼 것으로 보인다. 주택 관련 세금 완화로 고가주택 보유자들이 장기 보유를 선호할 가능성이 커 매물은 줄고 세금 부담 감소로 수요는 늘어 약세에서 벗어날 것이다 .

한나라당은 또 1가구1주택의 경우 양도세를 면제하고, 현재 50%가 중과세되는 1가구 2주택자에 대해서는 과표 구간에 따라 8000만원 이상은 35%, 4000만∼8000만원은 26%로 양도세를 낮추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 같은 조치가 시행되면 그동안 양도세 부담 때문에 팔기를 주저했던 집주인들이 시세 차익을 실현하기 위해 매도에 나서는 경우가 늘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에 따라서는 매물이 한꺼번에 나오면서 시세가 단기간 급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고가 아파트값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나비에셋 곽창석 대표는 “1가구 2주택자들이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탈 움직임이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단기에 시장 판도를 바꿔놓을 수 있는 이같은 세제 완화 카드를 쉽게 꺼내 들지는 않을 것 같다.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역시 ‘집값 불안’과 ‘재정 부담’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설령 규제가 풀리더라도 집값에 영향을 덜 미치게 최소한에 그칠 전망이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위원은 “정부가 집값 불안 부담을 떠안으면서까지 파격적인 규제 완화책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경기 침체와 금리 및 물가 상승 등도 부동산시장에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연구실장은 “고유가 등 대내외적인 경제상황이 좋지 않아 시장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경제 침체 수준과 금리 향방 등에 따라 시장의 반응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 ‘약세’, 강북 ‘강세’ 지속될까=하반기 주택시장의 가장 큰 관심은 서울 집값의 ‘강남권 약세, 강북권 강세’가 이어질 지 여부다. 강남권 약세가 지속되는 속에서 강북권 강세도 한풀 꺾일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실물 경기가 좀처럼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고, 본격적인 분양가 상한제로 집값이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기 때문이다.

강남권은 규제 완화 여부를 떠나 약세 장세에서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올 하반기 강남권 입주 물량이 봇물을 이루기 때문이다. 올해 말까지 송파구 잠실 주공1,2단지 등 강남권에서 집들이할 아파트만 2만6800여가구에 이른다.

강북권도 올 상반기와 같은 집값 급등세는 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단기 급등으로 주택 매입 부담이 커진 데다 경제 악화와 물가 상승도 매수세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개발 호재를 안은 지역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상승세도 예상된다. 따라서 개발 재료가 많으면서도 저평가된 곳을 중심으로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좋다.

재건축시장도 안정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재건축 규제 완화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원자재값 인상과 조합원 부담금 상승 등으로 재건축에 대한 사업성이 악화되고 있어서다. 전세시장 역시 안정세가 점쳐진다. 입주 물량이 많아서다. 주택 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전국에서 입주 예정인 아파트는 19만2790가구로, 상반기보다 47% 가량 많다.

조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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