攻擊.방어 겸용 DJ '안정론'세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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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가 『안정만이 살 길』이라고 외치고있다.마치 박정희(朴正熙)시대 공화당이 내걸었던 구호를 연상케하는 말이다.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개혁」을 구호로 내세우고있는 것을 감안하면 여야가 완전히 뒤바뀐 꼴 이다.
金총재는 지난 11일 증권거래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무엇보다중요한 것은 정치적 안정』이라며 『안정없이는 정치도,경제도,사회도,안보도,세계무역기구(WTO)체제에 대한 대응도 어렵다』고말했다. 그가 안정을 내세우는 데는 공격과 방어라는 두가지 목적이 깔려 있다.
무엇보다 어려운 경제사정등이 불가측한 金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 때문이라는 주장이다.金총재는 13일 분당지구당창당대회에서 『지금 정치와 경제는 불안하고 사회질서는 흐트러지고 있으며,대미(對美).대일(對日)관계도 원만하지 않다』며 『 전력을 다해국정을 보살펴도 모자라는 마당에 金대통령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신한국당 선거운동만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金대통령은 말로 해서는 듣지 않는다』며 『독선과 독주를 막기 위해 총선에서 본때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잠실주경기장에서 열린 중소기업제품및 농수산물 전시판매장과 동대문시장,부천에 있는 중소기업체등을 방문했다.증권거래소와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에 이어 경제5단체를 모두 방문해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가장 애국자는 세계에서 제일 좋은 물건을가장 싸게 만들어 파는 사람』이라는 金총재의 발언은 「대중경제론」을 주장하던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뿐만 아니라 전방부대를 가장 먼저 방문한데 이어 3사관학교 방문도 추진하는등 경제계에 이어 군부 여론 끌어안기도 시도하고있다. 이런 안정논리에는 당연히 과거 독재정권들이 조작해놓은 과격 이미지를 벗으려는 계산도 깔려있다.金총재 집권이 기득권 계층에 불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란 오해를 불식시키려는 것이다.
심지어 『신한국당이 어제는 극우,오늘은 극좌를 입당시키는등 보수인지,혁신인지,중도인지 알 수 없는 잡탕정당』이라고 몰아붙였다.과거 자신이 당한 색깔논쟁에 선수(先手)를 친 것이다.
특히 4월 총선에서는 신한국당(가칭)이 과반수는 커녕 제1당을 놓고도 국민회의와 경쟁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전망들은 야대(野大)에 대한 불안감으로 견제심리를 자극할 수도 있다.때문에 야당이 제1당이 돼도 안정이 유지된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金총재가 장외(場外)투쟁을 비난하고,지난해 정기국회에서 파행운영을 기어코 막은 것도 그런 계산을 깔고 있다.이번 임시국회가 의정사상 처음으로 여당에 의해 공전되는 사태를 빚은 것도 이런 여야의 뒤바뀐 행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 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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