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람 사람] 여대생 복서들 "금메달 꼭 따야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 서울대 복싱부 이원미(左).김진화씨가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

까만 단발머리에 앳된 얼굴, 자그마한 체구(키 1m59cm, 몸무게 44kg)의 김진화(22)씨는 아마추어 권투 선수다. 서울대 사회교육과 3학년인 그는 서울대 복싱부 'FOS'의 동기인 이원미(24. 건축학과3)씨와 함께 요즘 하루 두시간씩 체육관에서 땀을 흘린다.

9일 제주시에서 열리는 전국여자복싱선수권대회에 金씨는 코크급(46kg 미만), 李씨는 라이트급(60㎏ 미만)으로 출전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열린 대한아마추어복싱연맹회장배 전국여자복싱대회에서 각각 은메달과 금메달을 거머쥔 바 있는 이들은 이번 대회에서도 유력한 메달 후보로 꼽힌다.

나란히 2002학번(李씨는 삼수를 해 나이가 두살 많다)으로 대학 입학과 동시에 복싱부에 가입한 두 사람은 공통점이 많다. 고등학교 때까지 운동과 담을 쌓고 지냈다는 것부터 그렇다.

"100m를 20초 안에도 뛰지 못하는 약골이었다"는 金씨는 "대학에 와서 뭔가 거친 운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복싱부를 찾았다"고 말했다. "대입 직전 무하마드 알리의 딸 라일라 알리가 경기하는 광고를 보고 권투를 시작했다"는 李씨 역시 처음 연습을 시작했을 땐 400m 트랙 한 바퀴를 제대로 못 도는 처지였다.

이들을 지난 3년간 지도한 김용호(43)감독은 "두 사람 모두 지기 싫어하는 강한 승부근성을 가진 것도 닮은꼴"이라고 했다. 남자 선수들과 같은 연습량을 꼬박꼬박 소화해 낸 결과 지금은 400m 트랙 스무 바퀴를 거뜬히 돌 만큼 체력을 길렀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권투를 하면서도 학업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공통점도 지니고 있다. 성적이 평점 3.5인 金씨는 "대회에 출전할 땐 어쩔 수 없이 수업에 빠지지만 그렇더라도 숙제는 빼놓지 않고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앞으로도 권투를 그만두지 않을 생각이다.

"링 위에 섰을 때의 두려움과 그걸 이겨냈을 때의 자신감을 느껴본 이상 권투를 그만둘 수 없다"(金씨), "권투를 시작한 이래 15kg이 빠졌다. 규칙만 잘 지키면 크게 부상할 일도 없다"(李씨) 두 사람의 권투 자랑은 끝이 없었다.

임미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