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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低물가시대 열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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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미국.유럽연합(EU).일본 등이 본격적인 저(低)인플레 시대를 맞고 있다.선진국들의 이같은 물가안정세는 일시적인 게 아니라 구조적인 현상으로 앞으로도 장기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의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5%선으로 94년(2.6%)에 이어 2년연속 2%대의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는 1.5% 정도로 더 내려갈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유럽연합(EU)쪽도 지난 90년대초 5%를 넘었던 평균 물가상승률이 94,95년 연속 3.0%로 잡혔다.
일본은 거품경기 붕괴의 특수성을 일부 반영한 것이긴 하지만 지난해 아예 물가가 오르지 않았다.
이처럼 저물가시대가 열린 요인으로는 먼저 기업간 가격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점을 꼽을 수 있다.기업들은 세계무역기구(WTO)출범등과 관련해 저가의 외제품이 쏟아져 들어오자 기술혁신.생산성향상.인건비절감 등을 통한 가격경쟁력 확보에 박차를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결과 지난해 미국의 애플.IBM.휴렛팩커드 등 PC업체들은 제품값을 최고 25%까지 인하했고 네덜란드의 필립스는 가전제품값을 평균 6% 내렸다.
또 하나는 근로자들이 기업의 임금인상 억제를 수용하고 있다는점이다. 기업들의 경영혁신 등으로 고용여건이 악화되자 근로자들은 임금인상보다 안정된 일자리를 선택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예를 들어 독일의 대표적 강성노조인 금속노련은 최근 고용확대를 조건으로 내년에 임금인상 요구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선진 각국에선 임금인상→제품가격전가→물가상승→인금인상의 악순환 고리가 끊기고 물가와 임금이 동시에 안정되는상황이 조성되고 있다.
정부의 정책노력도 한몫 했다.각국은 인플레 없는 적정성장을 경제운용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 재정적자 삭감과 금융긴축에 심혈을 기울여왔고 그 결과 국민들의 인플레심리를 잠재울 수 있었다.원유를 비롯한 국제원자재 가격도 안정세를 보였다 .
이런 변화들이 합쳐져 선진국 경제는 지난 수십년간의 인플레 시대가 막내릴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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